승리한 남경필·원희룡·안희정, 여야 '차세대 주자'로 우뚝
6·4 지방선거에서 2017년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야 잠룡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먼저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맞붙은 서울시장 선거는 여야 두 ‘거물’의 정치적 운명을 갈라 놓았다. 2011년 10·26 보궐선거 때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 대표의 ‘아름다운 양보’로 당선된 박 당선자는 이번엔 ‘자력’으로 연임에 성공하면서 명실상부한 야권의 유력 주자 반열에 올랐다. 반면 여권 내에서 ‘포스트 박근혜’ 그룹의 선두에 섰던 정 후보는 박 당선자에게 고배를 마시며 대권가도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정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차기 대선 주자 1위에 올랐다.

여권 내 원조 소장 개혁파인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와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도 첫 광역단체장 도전에서 나란히 성공해 차기 주자군에 안착했다. 남 당선자는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경기도를 지켜냄으로써 향후 행정 경험을 쌓아 ‘만년 소장파’ 이미지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원 당선자도 고향인 제주에서 압승을 거둬 2012년 총선 불출마 이후 공백기를 딛고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야권에서는 4년 전 6·2 지방선거 때 승리의 주역이었던 486세대 출신인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와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재선의 길목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 당선자는 개표 초반부터 시종일관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에 리드하며 재선 고지에 올라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송 후보의 재선 도전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유정복 당선자에 밀려 좌절되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비록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에서 ‘기적’을 일궈내진 못했지만 2012년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40%의 벽을 돌파했다. 야권의 불모지에서 과거 노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패배’를 이어가며 잠재 주자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는 평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