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월드스테이지 극장에서 5일(현지시간) 열린 테크스타스 데모데이 행사에서 벤처투자자들이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유창재 특파원
뉴욕 뉴월드스테이지 극장에서 5일(현지시간) 열린 테크스타스 데모데이 행사에서 벤처투자자들이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유창재 특파원
5일(현지시간) 미국 맨해튼 뉴욕 50번가에 있는 뉴월드스테이지 극장. 평소에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브로드웨이 극장이지만 이날은 색다른 쇼가 열렸다.

'미래 저커버그' 12명의 창업쇼…월街 '큰손'들도 홀리다
뮤지컬 스타 대신 무대에 오른 주인공들은 맨해튼의 벤처기업 밀집지역인 ‘실리콘앨리’에서 활동 중인 12명의 창업가들. 이들은 미국 최대의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회사) 중 하나인 테크스타스의 도움을 받아 지난 3개월 동안 다듬은 사업계획을 투자자들에게 선보이는 ‘데모 데이(demo day)’ 행사를 열었다.

이날 각 창업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게 할당된 시간은 단 5분. 이들은 △회사가 진출하려는 시장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수익 모델과 현재까지의 성과 △투자유치 목표액을 차례로 발표했다.

극장에는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뉴욕의 창업 열기를 반영하듯 300명이 넘는 투자자들과 90여명의 멘토들이 참석했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투자자와 CEO 간 1 대 1 미팅도 이뤄졌다.

패션, 디자인, 음악,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이 모인 뉴욕의 특성상 창업 아이템도 여러 업종을 넘나들었다.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실리콘밸리와 다른 점이다.

예를 들어 ‘훌라발루’는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해 아이들을 위한 양방향 스토리를 제공하는 업체. 자체 개발한 교육적 스토리와 캐릭터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제작해 아이들이 스스로 만지고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수잔 시 CEO는 “월트디즈니를 이을 미래형 스토리 업체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보석 디자이너들과 제조업체를 연결해주는 ‘매터 아이오’도 뉴욕의 특성을 반영한 스타트업이다. 독립 디자이너들이 제조 시설을 찾아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문제를 해결해준다. 소량의 모형 제품을 만들고 싶은 디자이너들에게는 3D(3차원) 프린팅 업체를, 수백개 이상 제품 주문을 원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중형 제조 공장을 연결해주는 식이다. 달런 레이드 CEO는 “여러 명의 디자이너를 모아 대량으로 주문을 넣기 때문에 가장 싼 가격에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명품 커피 끓이기, 크리스마스 장식품 만들기 등 ‘DIY(do-it-yourself)’ 키트(조립 세트)를 제공하고 동영상으로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메이커키트’도 큰 관심을 받았다. 마이클 킴 CEO는 “DIY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것이 사업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 밖에 영업, 마케팅 등 비기술 인력을 창업 기업들과 연결해주는 ‘링크시,’ 음악가들이 공연 실황을 방송해 돈도 벌고 팬도 만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콘서트 윈도,’ 컨테이너 기술을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인 ‘텀텀’ 등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장에는 초기 투자금을 제공하는 앤젤 투자자에서부터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 관계자까지 다양한 투자자가 참여했다. 창업 기업에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이 갖는 또 하나의 장점이다.

올해는 테크스타스 사상 처음으로 비영리기업이 참여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코딩에 재능이 있지만 컴퓨터를 살 돈이 없는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노트북을 나눠주는 ‘코드스타터’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코딩 교육 열풍의 혜택을 좀 더 다양한 소득 계층의 어린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다. 테레사 프레스톤-워너 CEO는 “코딩 기술은 가난한 아이들의 인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며 “동시에 소프트웨어 업계에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유입되면 업계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Accelerator. 벤처 인큐베이터보다 더 초기 단계의 창업 기업을 벤처 단계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업을 뜻한다. 종잣돈을 비롯해 사무실 등 각종 인프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술·마케팅·디자인·전략 등 각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들을 멘토로 연결해주기도 한다. 3~4개월간의 지원 프로그램이 끝나면 투자자를 상대로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데모 데이 행사를 마련해준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와이콤비네이터가 대표적이다.

뉴욕=유창재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