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무더위가 30도까지 오르는 등 예년보다 일찍 무더위가 찾아왔다. 당뇨·고혈압·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여름철에 취약하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혈압이 증가하고, 심장 박동 수가 늘면서 혈당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강동경희대병원 이상호 교수(신장내과), 정인경 교수(내분비내과) 도움으로 만성질환자의 건강한 여름나기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만성질환자 힘들게하는 무더위…갈증나도 음료수는 가려마셔야
당뇨환자는 땀 분비 주의

당뇨환자는 여름이 다가올수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위로 인한 땀 분비가 고혈당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시원한 환경을 조성하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또 충분한 수분 공급도 필요하다. 시중에 시판되는 음료수에는 설탕·포도당·과당 등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가려 마시는 것이 좋다. 통상 당뇨환자에게 권장되는 음료는 생수·시원한 보리차·냉녹차·레몬을 띄운 냉홍차 등이다.

만성질환자 힘들게하는 무더위…갈증나도 음료수는 가려마셔야
입맛이 줄어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는 것도 혈당 관리를 힘들게 할 수 있다. 이럴 땐 냉콩국수·냉채·오이냉국·겨자채 등 입맛을 돋우는 다양한 음식을 준비해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좋다. 공복감을 줄이면서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당뇨환자는 여름철 발 관리가 중요하다. 발에 조그만 상처라도 생기면 궤양으로 악화되고 괴사(발이 썩는 증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 덥다고 양말을 신지 않고 맨발로 다니거나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으면 발을 다치기 쉽다. 면 양말과 통풍이 잘되는 편한 신발을 신고, 발은 수시로 씻어 완전히 말린 뒤 보습크림을 바르도록 한다.

당뇨환자는 식사 후에 되도록 운동을 해야 하는데, 폭염 속에서 자칫 탈수나 저혈당 상태가 될 수 있으므로 땀이 나지 않을 정도만 움직이는 게 좋다. 걷기와 수영 같은 유산소운동이 적당하다. 혈당치가 250㎎/dL 이상이면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혈당치가 100㎎/dL 이하라면 간식을 먹은 뒤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혈관 환자, 온욕 피해야

장시간 더위에 노출되면 탈수가 생기고 혈관 확장도 심해져 저혈압 상태가 된다. 이런 상황에선 혈액을 순환시키기 위해 심장이 강력한 펌프질을 하기 때문에 심장 부담이 증가하고 심혈관 질환 발생도 잦아진다. 심혈관 질환자들이 생수를 들고 다니면서 탈수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심혈관 질환자는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목욕을 피하는 것이 좋다. 뜨거운 목욕은 혈관을 수축해 혈압을 높일 수 있어서다. 부득이하게 탕에 들어갈 때는 어깨까지 오랫동안 담그면 심장에 부담을 주므로 어깨 아래만 담그는 게 바람직하다.

신장 안 좋으면 과일 섭취 줄여야

만성 신장질환자는 여름철 칼륨 성분이 많은 딸기·포도·복숭아·참외·토마토 등 과일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정상인은 다소 많은 칼륨을 섭취해도 90% 이상 콩팥을 통해 배출하므로 별 문제가 없지만 만성 신장질환자는 다르다. 콩팥에서 칼륨 배설능력이 떨어져 칼륨이 다량 포함된 계절 과일 섭취만으로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고칼륨혈증이 되면 근육 마비로 손발이 저리고 다리가 무거우며 혈압이 떨어진다. 심하면 부정맥 등의 심장장애 증세를 느낄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고칼륨혈증 예방을 위해서는 조리 전에 식품을 물에 두 시간 정도 담가두는 것이 좋다. 채소는 데치거나 삶아서 먹고 데쳐 낸 물은 버린다. 참외·바나나·토마토·오렌지 등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류와 감자·고구마·밤·견과류·녹황색 채소류(근대·시금치·당근) 등은 가급적 삼가고 먹더라도 소량만 섭취한다.

만성 신장질환자가 여름에 생선회나 어패류 먹는 것도 좋지 않다. 비브리오패혈증 때문이다. 먹을 때는 반드시 익혀 먹도록 한다.

관절염, 에어컨 틀어 습기 없애야

관절염은 관절에 염증이 발생해 관절 주변이 붓고 열이 나는 병이다. 기압 변화가 심하고 습도가 높은 여름철(특히 장마철)에는 관절통이 심해진다. 관절 내에서 평형 상태를 이루던 압력 균형이 깨지면서 압력을 느끼는 수용체가 예민한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통증은 염증이 심할수록 통증 유발 화학물질이 순환장애를 일으키면서 악화된다. 관절염 환자에겐 여름철 제습이 중요하다. 제습기가 없다면 에어컨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만성질환자, 비행기 탑승 주의

여름철에 비행기 내에서 사망하는 원인질환 1위는 뇌심혈관 질환이다. 뇌졸중이나 심장병 병력이 있는 사람이 비행기를 탑승하려면 적어도 90m 이상 걷거나 계단을 12개 정도 오르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한다. 무더운 날씨에 비행기를 타면 보통 사람보다 혈전(피떡·피가 굳는 증상)이 잘 생긴다. 한 시간에 한 번은 복도를 걷거나 앉은 채로 발목을 굽혔다 폈다 하는 운동을 하면 혈전증을 예방할 수 있다.

평소 인슐린을 투여하는 당뇨병 환자가 6시간 이상 비행기를 탑승할 땐 활동량과 식사량을 고려해 인슐린 투약 시간과 양을 조절해야 한다.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여행지 시차와 상관없이 무조건 하루에 한 번 아침식사 전에 약을 복용하면 된다.

당뇨병 환자는 비행기 안에서 운동량이 감소해 혈당이 갑자기 오를 수 있다. 따라서 콜라·과일주스 등 과도한 음료수 섭취를 피하고 기내식은 탄수화물 함량이 높으므로 평소보다 적게 먹는 것이 좋다.

도움말=강동 경희대병원 이상호 신장내과 교수, 정인경 내분비내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