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이자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내부자거래 혐의로 미국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2011년 세제업체 클로락스 인수 제안을 발표하기 전, 이 사실을 도박사 윌리엄 월터스와 프로골퍼 필 미켈슨에게 흘렸다는 것이다. 정보를 듣고 옵션을 거래한 의혹을 사고 있는 두 사람 역시 조사 대상이다. 이번 일은 특히 대표적 행동주의 투자자와 유명 스포츠 스타가 연루된 내부자거래 사건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미 당국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수상한 주식거래에 본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어느 회사에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가가 치솟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내부자거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고 급기야 당국이 메스를 댄 것이다.

행동주의 투자행태는 한국에서도 한때 큰 유행을 탄 적이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소액주주의 권익을 지키겠다는 모토를 내세웠지만 내부자거래 의혹이나 외국 투기자본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는 의심을 살 만한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태광그룹 계열 대한화섬 지분 5.15%를 인수한 뒤 지배구조개선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주가가 급등한 사례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모(某) 펀드는 지분을 사들인 후 경영진과 협의, 추가 매수하는 패턴을 보였는데 이는 내부정보에 의한 투자라는 의심을 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아무런 조사도 벌이지 않았다. 결국 이 펀드는 실소유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라자드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됐다.

미국에서는 내부자거래 범위도 확대되고 처벌수위도 강해지는 추세다. 10년 이상의 실형도 선고된다. 반면 한국은 솜방망이 처벌만 하고 있다. 미공개정보로 이득을 본 투자자 전부가 처벌받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1차 정보수령자만 처벌된다. 부당이득도 일부만 토해내면 된다. 그것도 대부분이 집행유예다. 투기펀드들의 불공정거래 해프닝을 막기 위해서도 내부거래 조사와 처벌은 강화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과거 거래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