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규제완화, 방법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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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으로 본 '無경쟁' 폐해
완화·강화할 규제의 조합이 관건
시장기능 살리는 효율성이 우선"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myshin@lgeri.com >
완화·강화할 규제의 조합이 관건
시장기능 살리는 효율성이 우선"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myshin@lgeri.com >
세월호 사태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논의가 무성한 가운데 두 이야기가 공감을 얻고 있다. 첫째는 지난 수십년간 이어진 성장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안전을 위한 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규제완화로 인해 국민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으니 이제 규제강화로 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두 대응방향은 곱씹어볼 부분이 있다.
먼저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지출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안 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누가 어느 부분에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지, 막대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등 애매하고 불명확한 부분이 워낙 많다. 기업들의 안전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유인책을 써야 할지도 문제다. 갑자기 높은 수준의 투자를 강제할 경우 물가급등과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규제강화론 역시 지나치게 일률적이고 단순한 측면이 있다. 규제를 강화할수록 안전수준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성장과 효율은 여전히 우리 사회와 경제에 요구되는 매우 중요한 가치다. ‘효율성을 덜 해치는 규제강화 방법은 없나’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까닭이다.
사태를 되새겨 보자. 세월호 사태는 노후선박을 연안여객선으로 활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안전점검마저 유명무실할 정도로 규제를 완화한 데 원인이 있었다. 정부가 선사의 독점권도 보장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선사는 독과점적 지위를 발판으로 초과이윤(렌트)을 누릴 수 있었다. 반면에 일반 국민들은 안전 희생이라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앞으로 정부가 배의 사용연한을 대폭 줄이고 안전점검을 엄격히 하는 쪽으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접근방법을 약간 달리하면 어떨까. 연안여객선업 진입을 자유화해 경쟁을 도입하는 규제완화를 하는 동시에 선사에 엄격한 안전기준을 강제하는 것이다. 이 때 노후선박은 자연스럽게 교체될 것이고, 선사는 안전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다. 이 비용이 초과이윤보다 크지만 않다면 투자가 실행돼 안전도가 높아질 것이다. 선사의 추가 진입으로 경쟁 활성화와 서비스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반대로 초과이윤이 안전투자액보다 작을 경우에는 초과이윤이 안전투자액과 같아질 때까지 한계선사가 퇴출될 것이다. 하나의 선사만 남게 된다면 경쟁촉진을 위해 후발자에 혜택을 주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이처럼 공급측면에 경쟁을 허용하면 안전도가 높아지고 선사와 감독기관 간 유착 여지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선사의 초과이윤이 시장기능에 의해 안전투자로 전환된 결과다. 물론 현실은 이보다 훨씬 복잡한 만큼 무엇보다 정부가 효과적으로 선사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체계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운임상승 혹은 과열경쟁 등 초기의 혼란에서 벗어나 시장이 안정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일방적인 규제완화 움직임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문제가 생겼다 해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180도 되돌리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규제완화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져 규제완화를 규제개혁으로 에둘러 표현해야만 하는 상황은 규제에 관한 객관적인 판단을 어렵게 한다. 기업활동과 일자리를 위한 합리적인 규제완화는 계속 추진해야 한다. 환경이나 안전 등과 관련한 문제에서도 앞서 본 것처럼 포괄적인 규제강화보다는 완화할 규제와 강화할 규제를 잘 조합하는 것, 즉 먼저 시장 기능을 살려 효율성을 높이고 나머지 부분은 엄격히 강제하는 식의 부분적 규제강화가 바람직한 선택일 수 있다. 규제완화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규제를 어떻게 완화하느냐가 중요하다.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myshin@lgeri.com >
먼저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지출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안 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누가 어느 부분에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지, 막대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등 애매하고 불명확한 부분이 워낙 많다. 기업들의 안전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유인책을 써야 할지도 문제다. 갑자기 높은 수준의 투자를 강제할 경우 물가급등과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규제강화론 역시 지나치게 일률적이고 단순한 측면이 있다. 규제를 강화할수록 안전수준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성장과 효율은 여전히 우리 사회와 경제에 요구되는 매우 중요한 가치다. ‘효율성을 덜 해치는 규제강화 방법은 없나’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까닭이다.
사태를 되새겨 보자. 세월호 사태는 노후선박을 연안여객선으로 활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안전점검마저 유명무실할 정도로 규제를 완화한 데 원인이 있었다. 정부가 선사의 독점권도 보장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선사는 독과점적 지위를 발판으로 초과이윤(렌트)을 누릴 수 있었다. 반면에 일반 국민들은 안전 희생이라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앞으로 정부가 배의 사용연한을 대폭 줄이고 안전점검을 엄격히 하는 쪽으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접근방법을 약간 달리하면 어떨까. 연안여객선업 진입을 자유화해 경쟁을 도입하는 규제완화를 하는 동시에 선사에 엄격한 안전기준을 강제하는 것이다. 이 때 노후선박은 자연스럽게 교체될 것이고, 선사는 안전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다. 이 비용이 초과이윤보다 크지만 않다면 투자가 실행돼 안전도가 높아질 것이다. 선사의 추가 진입으로 경쟁 활성화와 서비스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반대로 초과이윤이 안전투자액보다 작을 경우에는 초과이윤이 안전투자액과 같아질 때까지 한계선사가 퇴출될 것이다. 하나의 선사만 남게 된다면 경쟁촉진을 위해 후발자에 혜택을 주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이처럼 공급측면에 경쟁을 허용하면 안전도가 높아지고 선사와 감독기관 간 유착 여지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선사의 초과이윤이 시장기능에 의해 안전투자로 전환된 결과다. 물론 현실은 이보다 훨씬 복잡한 만큼 무엇보다 정부가 효과적으로 선사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체계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운임상승 혹은 과열경쟁 등 초기의 혼란에서 벗어나 시장이 안정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일방적인 규제완화 움직임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문제가 생겼다 해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180도 되돌리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규제완화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져 규제완화를 규제개혁으로 에둘러 표현해야만 하는 상황은 규제에 관한 객관적인 판단을 어렵게 한다. 기업활동과 일자리를 위한 합리적인 규제완화는 계속 추진해야 한다. 환경이나 안전 등과 관련한 문제에서도 앞서 본 것처럼 포괄적인 규제강화보다는 완화할 규제와 강화할 규제를 잘 조합하는 것, 즉 먼저 시장 기능을 살려 효율성을 높이고 나머지 부분은 엄격히 강제하는 식의 부분적 규제강화가 바람직한 선택일 수 있다. 규제완화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규제를 어떻게 완화하느냐가 중요하다.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myshin@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