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자가 이르면 오늘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 44일이 지났고, 이미 개각이 예고된 터다. 시간을 끌수록 국정 공백과 공직사회 동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로 흐트러진 나라 기강을 바로잡고 ‘관피아’ 척결 등 국가개조에 본격 착수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그 첫 단추가 총리 임명과 개각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청와대 진용도 일대 개편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총리감으로 거명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상당수가 법조계다. 박근혜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전 헌재 소장, 정 총리, 자진사퇴한 안대희 전 대법관도 모두 법조인이다. 물론 법조계 출신의 능력이나 개혁 의지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기대 이상의 명재상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개혁의 적임자로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분”이 또다시 법조계 돌려막기라면 국민이 선뜻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법조계의 근본 문제는 사법고시라는 낡은 틀 속에 갇혀 살았다는 데 있다. 평생 면허증인 고시 패스가 과도한 엘리트주의를 낳았고, 진짜 부패인 전관예우를 부패로 인식하지 못하는 불감증도 여기서 파생됐다. 안 전 후보자의 검증과정에서 ‘5개월 16억원’이 사전에 걸러지지 못한 것도 청와대 수뇌부가 법조계 일색인 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법조계야말로 법치가 필요하고 개혁돼야 할 대상이다.

총리감으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인물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흠집내기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도덕성도 필수다. 균형감각도 소통도 필요하다. 이 두 가지는 불행히도 대치되거나 모순된다. 법치를 위해 법조인을 써야 한다는 논리는 언어적 착각이다. 교사 출신을 교육부 장관으로 앉혀야 한다고 주장할 것인가. 소위 ‘통합형 총리’에 대한 주문도 그렇다. 모두가 입으론 통합을 얘기하지만 그저 그런 중간선이 통합은 아니다. 총리 한 사람으로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총리 적임자를 뽑는 기준이 복잡할 이유가 없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면 족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