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8일 오후 3시5분

[마켓인사이트] 장기 회사채, 시장 나오자마자 '불티'
채권시장에서 만기가 5년 이상인 장기 회사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시장 금리가 뚜렷한 방향성 없이 소폭의 등락만 거듭하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장기채를 만기까지 보유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얻는 쪽으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 금리의 바로미터(기준)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월 말(연 2.88%) 이후 최근 5개월간 연 2.80~2.90%의 좁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시작됐는데도, 금리가 시장의 당초 예상대로 오르지 않고 지루한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기관투자가들로선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장기채를 만기까지 보유해 은행 정기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챙기는 ‘캐리(carry·만기 보유) 투자’ 전략이 유효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캐리 투자에 나서면서 우량 기업이 발행하는 장기 회사채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현대제철이 회사채 발행에 앞서 지난달 21일 실시한 수요예측 조사에는 모집금액(3000억원)의 2배에 가까운 5500억원이 몰렸는데, 이 중 90%가 넘는 5000억원이 장기물인 5·7년물을 사겠다고 신청한 수요였다. 반면 중기채(1년 초과 5년 미만)에 해당하는 3년 만기 회사채에는 500억원밖에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앞서 LG전자가 지난달 22일 3000억원의 장기 회사채(만기 5·7·10·15년)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도 모집액의 3배에 가까운 8300억원의 ‘사자’ 주문이 들어왔다.

장기채 인기가 높아 돈이 몰리다 보니 기업들도 장기채 발행량을 늘리는 추세다. 올해 만기 3년 초과, 7년 이하의 장기 회사채는 전체의 50%를 넘어섰다. 반면 만기 3년 이하 중단기채의 발행 비중은 27%로 5년 새 반 토막 났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