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분자인식센터 최만호 박사 "피 한방울로 희귀 식물성 스테롤 질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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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프런티어
동물성 콜레스트롤과 구분, 정확한 치료·처방 가능
기존엔 국내 진단법 없어 해외로 보내 8개월 후 확인
동물성 콜레스트롤과 구분, 정확한 치료·처방 가능
기존엔 국내 진단법 없어 해외로 보내 8개월 후 확인
“콜레스테롤이라고 다 같은 콜레스테롤이 아닙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실에서 만난 최만호 분자인식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지금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검사 방법으로는 분자 구조가 비슷한 여러 스테롤(스테로이드 계열의 유기화합물)을 따로따로 구별할 수 없다”며 “스테롤은 몸의 신진대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인 만큼 어떤 스테롤이 몸에 얼마나 있는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식물성 스테롤과 동물성 콜레스테롤을 구별할 수 없다 보니 의사들은 그동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타난 환자에게 무조건 채소류를 많이 먹을 것을 권해왔다.
하지만 이런 처방은 식물성 스테롤로 인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타난 환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최 연구원이 유은경 분당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공동으로 ‘식물성 스테롤 진단 기술’을 개발한 이유다.
○채소 먹으면 콜레스테롤 높아져
콜레스테롤이 동물 세포의 세포막에 있는 물질인 것처럼, 식물성 스테롤은 식물 안에 들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채소를 먹어도 식물성 스테롤이 몸속으로 흡수되지 않고 거의 배설돼 나가버린다. 하지만 일부 사람은 이를 몸속으로 흡수하는데, 콜레스테롤처럼 몸속에서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것도 아니다 보니 계속 혈관 속에 쌓이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최 연구원은 “식물성 스테롤이 쌓이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동맥경화나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이런 환자에게 채소를 많이 먹을 것을 권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콜레스테롤 환자에게는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약 등을 처방하지만 식물성 스테롤 대사 이상 환자에게는 이런 약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식물성 스테롤에 의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의사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해외 진단기관에 혈액 샘플을 보내고 결과를 받으려면 8개월이나 걸렸다. 병원에서 환자를 상대하던 유 교수가 국내 최고 스테로이드 전문가인 최 연구원을 찾아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최 연구원과 유 교수의 노력으로 식물성 스테롤을 24시간 이내에 진단할 수 있게 되면서 식물성 스테롤에 대한 인식도 바뀌게 됐다. 그는 “식물성 스테롤을 흡수하는 사람은 증례가 드문 희귀 질환자로 분류돼 왔지만 이번에 차병원과 같이 검사를 진행하면서 벌써 2명이나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실제로는 이 같은 증상을 겪는 환자가 많지만 진단이 어려워 희귀 질환으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콜레스테롤 진단 정확해져야
20가지 이상의 콜레스테롤 대사 물질을 혈액 한 방울로 동시에 확인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번 기술 개발의 성과다. 최 연구원은 “병원에서 콜레스테롤을 재면 총 콜레스테롤, 고밀도 콜레스테롤(HDL),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등으로 나눠 보여 주지만 이것도 정확한 진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분자 구조가 비슷한 콜레스테롤 대사 물질을 콜레스테롤로 인식해 측정하다 보니 지금의 검사 방법으로는 정확한 콜레스테롤 수치를 알기가 어렵다는 얘기였다. 그는 “예를 들어 총 콜레스테롤이 200이라고 해도 한 사람은 진짜 200일 수가 있고 다른 사람은 비슷한 대사 물질을 제외하면 100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과 달리 콜레스테롤은 사람의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물질”이라며 “콜레스테롤의 과부족 여부를 전 생애에 걸쳐 모니터링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콜레스테롤이 과도하면 성인병 위험이 커지지만, 임신 중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으면 태아의 기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지난달 30일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실에서 만난 최만호 분자인식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지금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검사 방법으로는 분자 구조가 비슷한 여러 스테롤(스테로이드 계열의 유기화합물)을 따로따로 구별할 수 없다”며 “스테롤은 몸의 신진대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인 만큼 어떤 스테롤이 몸에 얼마나 있는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식물성 스테롤과 동물성 콜레스테롤을 구별할 수 없다 보니 의사들은 그동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타난 환자에게 무조건 채소류를 많이 먹을 것을 권해왔다.
하지만 이런 처방은 식물성 스테롤로 인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타난 환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최 연구원이 유은경 분당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공동으로 ‘식물성 스테롤 진단 기술’을 개발한 이유다.
○채소 먹으면 콜레스테롤 높아져
콜레스테롤이 동물 세포의 세포막에 있는 물질인 것처럼, 식물성 스테롤은 식물 안에 들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채소를 먹어도 식물성 스테롤이 몸속으로 흡수되지 않고 거의 배설돼 나가버린다. 하지만 일부 사람은 이를 몸속으로 흡수하는데, 콜레스테롤처럼 몸속에서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것도 아니다 보니 계속 혈관 속에 쌓이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최 연구원은 “식물성 스테롤이 쌓이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동맥경화나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이런 환자에게 채소를 많이 먹을 것을 권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콜레스테롤 환자에게는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약 등을 처방하지만 식물성 스테롤 대사 이상 환자에게는 이런 약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식물성 스테롤에 의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의사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해외 진단기관에 혈액 샘플을 보내고 결과를 받으려면 8개월이나 걸렸다. 병원에서 환자를 상대하던 유 교수가 국내 최고 스테로이드 전문가인 최 연구원을 찾아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최 연구원과 유 교수의 노력으로 식물성 스테롤을 24시간 이내에 진단할 수 있게 되면서 식물성 스테롤에 대한 인식도 바뀌게 됐다. 그는 “식물성 스테롤을 흡수하는 사람은 증례가 드문 희귀 질환자로 분류돼 왔지만 이번에 차병원과 같이 검사를 진행하면서 벌써 2명이나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실제로는 이 같은 증상을 겪는 환자가 많지만 진단이 어려워 희귀 질환으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콜레스테롤 진단 정확해져야
20가지 이상의 콜레스테롤 대사 물질을 혈액 한 방울로 동시에 확인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번 기술 개발의 성과다. 최 연구원은 “병원에서 콜레스테롤을 재면 총 콜레스테롤, 고밀도 콜레스테롤(HDL),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등으로 나눠 보여 주지만 이것도 정확한 진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분자 구조가 비슷한 콜레스테롤 대사 물질을 콜레스테롤로 인식해 측정하다 보니 지금의 검사 방법으로는 정확한 콜레스테롤 수치를 알기가 어렵다는 얘기였다. 그는 “예를 들어 총 콜레스테롤이 200이라고 해도 한 사람은 진짜 200일 수가 있고 다른 사람은 비슷한 대사 물질을 제외하면 100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과 달리 콜레스테롤은 사람의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물질”이라며 “콜레스테롤의 과부족 여부를 전 생애에 걸쳐 모니터링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콜레스테롤이 과도하면 성인병 위험이 커지지만, 임신 중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으면 태아의 기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