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3개 업체만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 핵심부품 제작 기술을 경쟁업체와 해외로 빼돌린 일당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국내 중소기업 A사가 개발한 유압무단변속기(HST·Hydro Static Transmission) 설계도면을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이 회사 전 전략영업팀장 이모씨(37)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이씨로부터 설계 도면을 넘겨받은 다른 업체 대표 허모씨(45) 등 2명은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7월 A사에서 HST 설계도면 1551장을 퇴사하면서 돌려주지 않고 보관하다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HST는 유압을 이용해 엔진으로부터 나오는 동력을 주행부 쪽으로 전달해 전·후진을 가능하게 하는 농기계 핵심 부품이다. 정부출연금 43억원이 투입돼 개발된 중요 국책기술로 국내에서는 A사만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씨는 기술 중개회사를 함께 운영하는 이모씨(구속기소)와 오모씨(구속기소) 등 6명에게 설계도면 총 44장을 각각 넘겨줬고 그 대가로 4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가운데 13장은 오씨 등을 통해 중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씨로부터 HST 기술을 넘겨받은 B사 대표 손모씨(50·구속기소)와 연구소장 김모씨(49·구속기소)는 중국 업체로부터 농기계 1만7000대를 주문받은 것처럼 허위 발주서를 만들어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받은 대출금 10억7900만원을 가로채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대출금 중 5억원은 반환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신기술 인증을 받은 C사의 패스트폴트 기술(종이 상자를 자동으로 빨리 접는 기술)을 무단 유출한 이 회사 전 연구소장 노모씨(54) 등 2명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노씨는 2011년 9월 3사의 패스트폴트 설계도면 6만4842개를 경쟁사인 D사 대표 곽모씨(55·구속기소)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씨는 C사가 감봉 조치를 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D사로 이직하면서 이 자료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