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삼성그룹주 동반 약세로 인해 2000선 재탈환에 실패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SDI 등 시가총액 상위 그룹에 포진한 삼성그룹주가 하락하며 코스피도 1990선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43포인트(0.27%) 내린 1990.0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를 둘러싼 대외 환경은 우호적인 편이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5일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며 경기 회복 기대감을 키웠다.

증권가에서는 유럽계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 증시도 고용 지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코스피지수 역시 장 초반 상승해 2000선을 회복했지만 기관 매도세에 이내 1990선으로 밀려났다. 삼성그룹주가 낙폭을 키우면서 코스피는 장 중 한 때 1980선까지 내려갔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이 코스피 하락을 부추겼다"며 "일각에서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전날 일부 언론은 삼성그룹이 내부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주회사로 갈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데 수 조원의 자금이 드는 만큼 부담이 크다는 것.

한 연구원은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를 흔들었던 지배구조 관련 이슈 가운데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각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그룹주 쏠림 현상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18거래일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도 213억 원 어치를 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05억 원, 14억 원 매도 우위다.

프로그램으로는 3195억 원 어치가 유입됐다. 차익거래가 609억 원, 비차익거래가 2585억 원 매수 우위다.

업종별로는 혼조세를 보인 가운데 의료정밀이 7% 이상 폭락했다. 전기전자도 2% 이상 떨어졌다. 전월세 과세 수정 등 정부 정책에 따른 기대감으로 건설은 1% 가량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희비도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3.29% 내려 140만9000원에 마감했다. 삼성물산은 7% 떨어져 삼성그룹주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현대차기아차 등도 원화강세 탓에 소폭 하락했다. 반면 ECB 정책 수혜주로 꼽힌 화학, 정유 업종 등은 강세를 보였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모두 2% 이상 올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473개 종목이 상승했고, 361개는 하락했다. 거래량은 20만7205주, 거래대금은 4조5141억 원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상승 반전해 전 거래일보다 0.91포인트(0.17%) 오른 524.03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개인은 82억 원, 32억 원을 순매수했고 기관은 나홀로 110억 원 어치를 매도했다.

인트로메딕은 의료보험 적용 기대감으로 상한가를 기록한 반면, 한스바이오메드는 대규모 공급계약 해지로 하한가를 찍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30원(0.42%) 내린 1016.20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020원 아래로 내려 간 건 지난 달 30일 이후 열흘 만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