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
김무성 의원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7·30 재·보궐선거 지역 중 한 곳인 서울 동작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차기 유력 당권주자 중 한 명인 김무성 의원이 9일 이 전 수석의 출마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권 ‘거물급 인사’에 맞설 수 있는 여권 실세를 내세워 서울 지역구를 사수해야 한다는 친박(친박근혜) 주류의 주장과 친박계 핵심 인사의 원내 입성을 견제하는 비주류 측 의견이 맞부딪치는 양상이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전 수석의 재·보선 출마설과 관련, “(이 전 수석이) 그런 선택은 안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수석이 재·보선에 나오면 야권이 박근혜 정부의 중간 평가로 몰아가 모든 초점이 그곳에 맞춰져 선거의 본질이 달라질 것”이라며 “그 누구보다 대통령에 대한 충정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이번 재·보선은 인물 대결로 흐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교우위의 인물을 공천해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수석은 향후 거취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여권 내에서는 그가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로 자리가 빈 서울 동작을에 출마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당내 친박 인사들이 7·30 재·보선 승리를 위해 이 전 수석의 역할론을 강하게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에서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고문 등 거물급 인물들이 출마 후보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치 전략적 상징성이 큰 서울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전 수석을 대항마로 삼아야 한다는 게 친박 주류의 판단이다.

하지만 김 의원이 이 전 수석의 출마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 전 수석의 공천 과정에서 당내 잡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 일각에는 7·14 전당대회에서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과 치열한 당권 경쟁을 벌이게 될 김 의원이 친박 주류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친박계 주류와 비주류 간 잠재된 당내 세력 갈등이 재·보선 공천과 전당대회를 전후해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6·4 지방선거 막판 당이 ‘박근혜 마케팅’을 벌인 데 대해 “당이 자생력을 갖고 있었다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반이 넘었는데 대통령에게 매달리는 모습은 무기력한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당·청 관계에는 “당·정·청이 서로 할 말을 하고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만 발전이 있다”며 “그런데 이를 마치 내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모함이며, 추호도 그런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