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홍글씨' 된 금융사 민원등급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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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에 지장주는 중대 제재
타당한 절차 거쳐 결정했는지 의문
취지가 좋더라도 절차에 흠 없어야"
고동원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dwko@skku.edu >
타당한 절차 거쳐 결정했는지 의문
취지가 좋더라도 절차에 흠 없어야"
고동원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dwko@skku.edu >
금융회사 민원발생평가 등급의 영업점 게시 조치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회사 민원발생평가제도는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이 매년 금감원에 제기된 은행 등 금융회사의 민원을 평가해 등급을 매겨 공개하는 제도다. 이는 민원 예방을 위한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경쟁을 유도하고, 금융회사 선택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금감원은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회사별 민원 건수, 민원 해결 노력과 영업 규모 등을 반영해 1등급(우수)에서 5등급(불량)으로 등급을 매긴다.
최근 금감원은 금융 소비자보호 강화 추세를 반영, 민원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이 평가등급공시제도를 대폭 강화했다. 금감원 홈페이지와 각 금융업 협회 홈페이지에 평가 등급을 게시하는 것 외에 해당 금융회사 홈페이지에 3개월간 게시토록 하고, 영업점 입구에도 눈에 잘 띄도록 붉은 글씨로 해당 평가 등급을 3개월간 게시하도록 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평가 등급의 영업점 게시 조치다. 영업점 게시는 고객이 인지하기 쉽다는 점에서 ‘강력한’ 공시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민원 감축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조치로 인해 영업점에서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고객들이 영업점에 게시된 평가 등급을 해당 금융회사의 거래 안전성과 동일하다고 오해를 해 이를 확인하는 문의 때문에 영업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불량 등급을 받은 금융회사는 이 ‘빨간 딱지’ 때문에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권유하거나 판매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금융회사가 민원 평가를 의식한다는 점을 악용해 악의성 민원도 늘었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감독당국이 이렇게 파장이 큰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 절차적 정당성과 법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감이 든다. 불량 등급을 받은 금융회사로서는 영업점 게시를 사실상의 ‘제재 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해당 금융회사의 영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조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중대 조치는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금감원이 각 금융회사에 보낸 협조 요청 공문의 형식으로 이뤄졌다. 해당 금융회사의 임의적 협력에 기초한 감독당국의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제정한 ‘행정지도 운영 규칙’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권리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정지도를 하려면 해당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금융 유관기관, 금융 소비자, 기타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이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게 돼 있다. 과연 금감원이 이번 조치를 결정하면서 그런 절차를 거쳤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금융회사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항은 행정지도 방식이 아니라 법령에 명확히 규정해 법적 근거를 갖출 필요가 있다. 법령 제·개정 과정에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게 되고 정당성 또한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협조 요청 형식이긴 해도 사실상 금융회사를 구속하는 행정지도 방식의 감독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볼 때 더욱 그렇다.
이번 평가 등급의 영업점 게시 제도를 도입하면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족한 감이 있다. 취지가 좋아도 그 절차에 흠결이 있다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외국의 사례도 살펴보면서 영업점 게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민원발생평가등급의 영업점 게시제도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제도인지를 검토해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고동원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dwko@skku.edu >
최근 금감원은 금융 소비자보호 강화 추세를 반영, 민원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이 평가등급공시제도를 대폭 강화했다. 금감원 홈페이지와 각 금융업 협회 홈페이지에 평가 등급을 게시하는 것 외에 해당 금융회사 홈페이지에 3개월간 게시토록 하고, 영업점 입구에도 눈에 잘 띄도록 붉은 글씨로 해당 평가 등급을 3개월간 게시하도록 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평가 등급의 영업점 게시 조치다. 영업점 게시는 고객이 인지하기 쉽다는 점에서 ‘강력한’ 공시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민원 감축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조치로 인해 영업점에서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고객들이 영업점에 게시된 평가 등급을 해당 금융회사의 거래 안전성과 동일하다고 오해를 해 이를 확인하는 문의 때문에 영업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불량 등급을 받은 금융회사는 이 ‘빨간 딱지’ 때문에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권유하거나 판매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금융회사가 민원 평가를 의식한다는 점을 악용해 악의성 민원도 늘었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감독당국이 이렇게 파장이 큰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 절차적 정당성과 법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감이 든다. 불량 등급을 받은 금융회사로서는 영업점 게시를 사실상의 ‘제재 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해당 금융회사의 영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조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중대 조치는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금감원이 각 금융회사에 보낸 협조 요청 공문의 형식으로 이뤄졌다. 해당 금융회사의 임의적 협력에 기초한 감독당국의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제정한 ‘행정지도 운영 규칙’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권리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정지도를 하려면 해당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금융 유관기관, 금융 소비자, 기타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이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게 돼 있다. 과연 금감원이 이번 조치를 결정하면서 그런 절차를 거쳤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금융회사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항은 행정지도 방식이 아니라 법령에 명확히 규정해 법적 근거를 갖출 필요가 있다. 법령 제·개정 과정에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게 되고 정당성 또한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협조 요청 형식이긴 해도 사실상 금융회사를 구속하는 행정지도 방식의 감독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볼 때 더욱 그렇다.
이번 평가 등급의 영업점 게시 제도를 도입하면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족한 감이 있다. 취지가 좋아도 그 절차에 흠결이 있다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외국의 사례도 살펴보면서 영업점 게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민원발생평가등급의 영업점 게시제도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제도인지를 검토해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고동원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dwko@skku.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