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2일 오전 11시35분

[마켓인사이트] 테마섹, 강남 성형외과서 '좌절'한 사연
글로벌 투자업계 ‘큰손’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국내 모 유명 성형외과에 투자를 제안했다가 관련 규제에 막혀 계획을 접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테마섹은 지난달 25~27일 사흘 동안 한국에서 개최한 연례 이사회 기간 중 서울 신사동의 기업형 성형외과인 B성형외과를 방문했다.

이사회 기간 중 테마섹은 25명씩 팀을 나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CJ E&M 등 주요 기업을 탐방했는데 이 가운데 한 팀이 성형외과를 방문한 것이다.

이 팀은 B성형외과 경영진의 안내로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병원 재무제표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76조원의 자산을 굴리며 부동산 등에 주로 투자하는 테마섹이 국내 한 성형외과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 IB업계는 한국의 기업형 의료산업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B병원을 주로 찾는 중국인 고객 가운데 70~80%가 자국에서 잘못 시술받은 성형수술을 교정하러 온다는 사실에서 투자 가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측의 투자협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투자자격을 까다롭게 제한하는 의료 규제의 존재를 현장에서 대화 도중 발견한 탓이다. 테마섹은 이를 사전에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의료법 33조는 비의료법인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의료기관(병원)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배당 등을 통해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하는 테마섹이 투자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당시 투어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으로 돼 있을 것으로만 생각하고 사전에 조사를 꼼꼼히 하지 못한 것을 대단히 아쉬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