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전남 어느 도시의 모텔방. 수북이 쌓인 서류 더미 속에서 회의가 한창이다. 참석자는 30·40대 남성 5명. 신한은행 맞춤형솔루션팀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다음 날 만날 고객을 위한 맞춤형 자산 투자전략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이 고객은 900억원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 새마을금고까지 달려들었다. 이 자산가가 최종 선택한 곳은 신한은행. 위안화 정기예금과 환매조건부채권(RP), 저축성 보험 등 일반 예금보다 1%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

신한은행의 맞춤형솔루션팀은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등 신한금융 계열사에 맡긴 금융자산이 50억원 이상인 ‘울트라리치’ 고객만을 대상으로 맞춤형 자산관리 해결책(솔루션)을 제시하는 조직이다. 다른 은행들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슈퍼리치를 관리하는 것과는 다르다.

맞춤형솔루션팀이 만들어진 것은 2012년 12월. 저금리 기조, 부동산 경기 침체, 주식시장 부진, 금융소득 과세 강화 등 악재가 한꺼번에 닥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들의 성과는 두드러진다. 출범 당시 금융자산이 50억원 이상인 고객들의 총자산은 4조원가량이었다. 지난 5일 기준 5조원으로 불어났다.

이 팀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에서 최고 자산관리 전문가로 불리는 12명으로 구성된 매트릭스 조직이다. 평소엔 각자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전국 영업점에서 ‘울트라 슈퍼리치’를 유치하거나 기존 거액 자산가들이 자산 상담을 요청하면 ‘외인구단’을 만들어 현장에 출동한다.

맞춤형솔루션팀원들은 50억원 이상 자산가와 10억원 이상 자산가들의 결정적인 차이는 ‘요구사항의 디테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평범한’ 자산가들은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했거나 전문직 종사자 등 근로소득 수준이 높아 재산을 모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산관리를 할 때도 비교적 수동적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울트라 슈퍼리치는 자산관리나 투자처, 수익률 등을 상상 이상으로 세세하게 따진다는 설명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