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뒤흔드는 '三角風' 긴급 점검
증시 향방을 결정할 ‘삼각풍(三角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원·달러 환율 1020원 선이 무너지면서 5년10개월 만에 원화값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기적으로는 자동차주 등 대형 수출주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역풍’이 불 전망이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마이너스 예금금리 같은 통화정책은 한국 증시에 유럽계 자금 유입을 이끌 ‘순풍’으로 기대된다. 삼성그룹을 중심으로 촉발된 지배구조 재편 이슈는 그 전개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돌개바람’으로 증시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하락 電·車 등 수출株에 ‘역풍’…원·달러 2차 지지선 1000원

외국인 환차익 노린 투자 vs 상장사 환차손 증가 ‘양날의 칼’
“환율 900원대 진입도 감안해야”


5월 내내 가까스로 유지했던 원·달러 환율 1020원 선이 무너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여파에 달러 매도가 이어지면서 원화 강세를 이끈 것이다. 정부의 1차 저지선이 무너진 만큼 수출주들의 주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 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원30전 떨어진 1016원20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2008년 8월6일 1015원90전 이후 최저점이다. 당장 시장에선 불안감이 드러난다. 수출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전주말 거래일보다 현대차는 0.44%, 기아차는 0.18% 하락했다. 수출경쟁력 약화로 실적이 악화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전자(-3.29%), SK하이닉스(-0.75%) 등 전자 업종 대표주도 예외는 아니다.

증시에서 원화 강세는 ‘양날의 칼’이다. 환 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호재다. 특히 원화 강세가 상당기간 유지된다면 이것만으로도 외국인 투자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과거 원화 강세가 시작될 때는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의 단기자금이 대량으로 유입되곤 했다. 그러나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환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잠재매물 부담이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상장사들의 환차손이 늘어난다는 점은 악재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시황정보팀장은 “생산과 판매가 얼마나 현지화됐는지에 따라 주가가 갈릴 것”이라며 “자동차 업종의 경우 현대차에 비해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기아차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비중이 큰 중소기업들의 주가 역시 ‘환율 태풍’의 사정권에 있다. 해외에 생산기반이 없는 데다 2008년 키코(KIKO) 사태의 후유증으로 환 헤지에도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1000원이 새로운 저지선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5월 말 기준 360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만큼 약세 반전은 어렵지만 900원대 진입 가능성도 크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1000원 선 붕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법인 설립이나 해외 주식·채권 투자로 나가는 자금이 늘고 있는 만큼 하반기까지 1000원 선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ECB의 금리 인하는 원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재료지만 자산 매입 등 강력한 조치가 나올 경우 달러화 가치가 절상될 수 있다”며 “달러화가 움직이면 원화 가치 상승 움직임이 한풀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CB 정책 효과 유럽서 4조 유입 ‘순풍’ 기대…한국 투자매력 시험대 올라

코스피 2100까지 오를 수 있어…저가매력 과거보다 떨어져
다른 신흥국으로 돈 흘러갈 수도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이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수를 견인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ECB 정책 발표 후 처음으로 장이 열린 9일에도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졌다.

이번 ECB 정책의 골자는 기준금리 0.1%포인트 인하, 장기저금리대출(LTRO) 시행, 은행 예치금에 마이너스 금리 적용 등 유동성 확대다. 전문가들은 과거 유럽계 자금 동향을 감안할 때 ECB의 이번 조치가 한국 증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동성 공급이 늘어날 때마다 유럽계 자금은 한국시장에 대규모로 들어오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출구전략(양적완화 종료)이 임박하지 않았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선 이후인 작년 9~10월 두 달 동안 유럽계 자금은 한국 주식을 5조7000억원어치 사들였다. 1·2차 LTRO 정책 전후인 2012년 1~3월엔 약 7조원을 한국 증시에 투자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ECB 정책이 나왔을 때 유럽계 자금은 두세 달에 걸쳐 한국 증시에서 약 7조원을 순매수했다”며 “이런 경향이 이번에도 나타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한두 달 동안 4조~5조원 추가 순매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럽계 자금은 올 4월 한국 증시에서 6289억원을 사들였다. 곽 연구원은 “이번 LTRO 금리는 지난 1·2차 LTRO보다 낮고 기간도 늘어났기 때문에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여 코스피지수는 2100까지 상승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유럽계 자금은 두 달을 전후로 매수했다가 빠져나가는 단기 성향을 보여왔기 때문에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1·2차 LTRO 시기와 현재 상황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2차 LTRO를 계기로 한국 증시에 유럽계 자금이 들어왔던 2012년 초 한국시장은 저가 매력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낮고 원화 강세도 이어질 전망이라 유럽계 자금이 계속 들어올 만한 유인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2012년 초 코스피지수는 1800대 초반에서 출발해 같은해 3월에는 2040선까지 올랐다. 서 팀장은 또 “유럽계 자금이 경기 회복 기대가 있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이나 다른 신흥국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0억원을 순매수하며 18거래일 연속 ‘사자’ 기조를 이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들인 액수는 3조1127억원 이상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지배구조 재편 승계·합병 지배구조 관련株…어디로 튈지 모를 ‘돌개바람’

현대글로비스·SK C&C 등 신고가 7개, 지배구조 이슈株
전문가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시가총액 3조원 이상 대형주 중 지난주 9개 종목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중 고려아연과 SK하이닉스를 제외한 7개 종목은 공통점이 있었다.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된 종목이란 점이다.

증시에 지배구조 재편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상장 예정인 에버랜드 지분을 보유한 KCC(17%)와 삼성SDS 지분 17.08%를 가진 삼성물산은 지난주 증시에서 주목받은 종목이다.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는 삼성그룹 3세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몸값을 높였다. 올 들어 40% 상승했고 지난 5일엔 처음 9만3000원 고지도 밟았다.

지배구조 재편 문제가 걸려 있는 현대차와 SK그룹 관련주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최대주주(31.88%)인 현대글로비스와 최태원 SK 회장이 38%를 보유한 SK C&C도 지난 3일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승계, SK C&C는 SK(주)와의 합병 이슈가 향후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재편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긴 하지만 호흡을 길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를 바꾸려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의 급등락 여부보다 단계별로 길게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주요 그룹의 후계구도가 윤곽을 드러내고 그룹 지배구조 이슈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지배구조 변환 및 승계에 앞서 신수종 사업 발굴 등으로 그룹의 성장성을 높이는 작업이 병행되는 만큼 사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9일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세 종목 모두 주가가 떨어진 것도 투자종목을 고를 때 지배구조 개선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7.49% 떨어졌고 KCC와 호텔신라도 4.24%, 0.43%씩 하락했다. 현대글로비스와 SK C&C도 각각 3%, 4.55% 떨어졌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이익 환원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전체 증시에 긍정적인 방향”이라며 “삼성전자를 비롯해 저평가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