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적합업종 재지정 방식과 범위를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갈등을 빚는 가운데,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한 새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본지 6월6일자 A1, 10면 참조

특정 중소기업의 독과점 현상이 나타나는 등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폐해가 큰 업종은 별도의 대·중소기업 협의 없이 재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해당 업종 중소기업들의 자구노력이 미흡할 경우 적합업종 지정 뒤 1년 이후에도 지정을 철회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확 바뀌는 '적합업종'…中企 자구노력 안하면 1년 후 지정 철회
○3년 만에 확 바뀌는 적합업종 제도

9일 동반성장위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중기적합업종 실무위원회는 이 같은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최종 가이드라인은 11일 발표된다. 실무위 합의안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중기적합업종을 재지정할 때 지정 업종에서 제외하는 ‘가이드라인’에 관한 것이다. 현재 동반성장위가 지정한 중기적합업종은 100개로, 이 가운데 지정 3년째를 맞는 82개 업종의 재지정 여부가 연말까지 결정된다.

실무위는 적합업종 재지정시 △전체산업 평균성장률을 웃도는 고성장 업종 △외국계 기업이 시장을 심각하게 잠식한 업종 △특정 중소기업이 독과점을 형성한 업종 △대기업이 이미 사업을 철수한 업종 등을 재지정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실무위는 가이드라인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데도 합의했다. 그동안 중소기업계는 ‘가이드라인을 만들되 단순 참고사항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대로 대기업은 ‘가이드라인에 해당되면 별도 협의 없이 재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무위는 양측 의견을 수렴해 △1단계로 가이드라인을 82개 업종에 모두 적용한 뒤 △재지정할 필요가 없는 업종은 ‘중기적합업종 실무위원회 및 본회의’에 지정 철회 권한을 주기로 했다.

재지정 협의 기간에 관한 절충안도 나왔다. 지금까지 중소기업계는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무조건 3년이 지난 뒤 재지정을 협의하자고 주장한 반면 대기업들은 업종별로 1~3년 단위로 차등화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이에 실무위는 ‘재지정 협의는 기본적으로 3년 단위를 원칙으로 하되, 자구노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업종은 1~2년 단위로 재지정 논의를 할 수 있다’는 합의안을 내놨다.

○새 가이드라인, 안착할까

이번 합의안은 대기업들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합의안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당장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재지정 제외 사유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탁비누 시장이 대표적이다. 세탁비누는 2011년 9월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LG생활건강) 사업철수’ 권고를 받았다. 이후 이 시장은 중소기업 ‘무궁화’가 50%를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특정 기업만 혜택을 본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동반위는 최근 실태조사를 통해 ‘무궁화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졌지만, 이는 전체 세탁비누 시장 규모가 줄어든 결과일 뿐’이란 입장을 내놨다. LED 조명도 국내 대기업 진입 제한으로 외국 기업들이 6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비판이 나왔으나, 동반위는 외국 기업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중소기업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재지정 가이드라인은 단순 참고용으로 활용돼야 하고, 재지정 협의 기간도 3년으로 못 박아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이태명/김용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