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 월 20조 날리는 규제
2012년 이후 잇달아 도입된 파생상품 규제로 유가증권시장의 주식 거래대금이 매월 20조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계 1위였던 파생상품 거래량은 규제 후 5분의 1로 줄어들며 세계 9위로 추락했다.

9일 한국경제신문이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SK증권, KDB대우증권 등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파생상품 규제가 현물 주식시장의 거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하루평균 6조8600억원에 달하던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작년 3조9900억원으로 감소했다. 줄어든 거래대금 2조8700억원 중 27%(7800억원)가량이 주식연계워런트(ELW) 호가 규제 등으로 인한 파생상품 거래 감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관련업계는 분석했다. 월 거래 일수가 20~25일인 점을 고려하면 월별로 15조9000억~19조5000억원의 거래대금이 증발했다는 결론이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이사는 “ELW 규제 등으로 파생상품 거래가 감소하면서 주식 거래를 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헤지(위험 회피)를 하지 못해 현물 주식의 거래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LW시장에서 투기적 거래를 막는다는 방침에 따라 2012년 초 호가 제한을 시행했지만 이 결과 ELW시장 규모는 10분의 1로 축소됐다. 또 비슷한 시기에 옵션 거래의 기본단위(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자 코스피200선물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50조원에서 16조원 안팎까지 감소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생상품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현물시장까지 영향을 받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김동욱/황정수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