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연금저축펀드에 밀려…비과세 재형저축펀드 인기 '시들'
올 들어 연금저축펀드, 근로자재산형성저축펀드(재형펀드),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 등 이른바 ‘3대 세제혜택펀드’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연말정산 시 각각 세액공제와 소득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연금펀드와 소장펀드는 투자자들이 꾸준히 몰리면서 펀드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반면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이 있는 재형펀드는 소장펀드에 밀려 출시 1년여 만에 찬밥 신세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절세로 덩치 불려가는 연금·소장펀드

부진한 증시로 국내주식형펀드(ETF 포함)에서는 올 들어 5조원 넘는 자금이 빠졌지만 연금저축펀드와 소득공제장기펀드는 꾸준히 덩치를 불리고 있다. 특히 특정 가입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연금저축펀드가 가장 많은 자금을 모았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179개 연금저축펀드의 자금 순유입액은 △한 달 292억원 △3개월 1284억원 △연초 이후 2373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연간 400만원 한도 소득공제 혜택에서 올해 납부액의 13.2% 세액공제로 바뀌어 세금 혜택은 줄었지만 저금리 시대를 맞아 노후를 준비하는 투자자금이 주로 들어오고 있다. 전체 설정액도 4조9051억원으로 상반기 내 5조원대를 넘어설 예정이다.

연금펀드와 함께 지난 3월17일 일제히 선보인 소장펀드에도 두 달여 만에 6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55개 펀드 전체 설정액은 665억원으로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주식)’(214억원), ‘신영마라톤소득공제자(주식)’(103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채권혼합)’(68억원) 등으로 자금이 쏠렸다.

연금펀드와 달리 연간 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로 가입 자격이 한정되지만 연간 600만원 한도 내 납부액의 40%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해당 자격을 갖춘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팀 부장은 “목돈 마련이 목적인 젊은 층 투자자라면 소장펀드를 납부 한도인 600만원까지 가입하는 게 유리하나 연간 급여 4600만원 미만인 투자자는 소장펀드보다 연금저축펀드가 절세 혜택이 더 크다”고 조언했다.

문 부장은 “연금펀드는 소장펀드에 비해 절세 혜택은 적지만 시황에 따라 계좌 내에서 다른 펀드로 갈아탈 수 있어 수익률 관리는 더 쉽다”고 덧붙였다.

○소장펀드에 밀려 시들해진 재형펀드

지난해 3월 17년 만에 부활, 출시된 재형저축펀드는 투자자는 물론 판매사에서도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올 들어 55개 재형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154억원에 그쳤다. 설정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한국밸류10년투자재형(채권혼합)’(416억원) ‘KB재형밸류포커스30자(채권혼합)’(72억원)을 제외하고 53개 펀드 모두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자투리 펀드들이다.

최근 한 달간 소장펀드로 227억원이 유입된 반면 재형펀드는 32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지난 3월 원금 손실만 보지 않아도 연 6.6%의 수익을 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소장펀드가 나오면서 이자 및 배당소득세를 면제받은 재형펀드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탓이다.

한 증권사 영업창구 직원은 “재형펀드는 7년 이상 투자해 수익을 내야만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 보니 현재 신규로 투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