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원화값] 글로벌 환율전쟁 속 원화만 강세…"하반기 1000원선 무너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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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5년10개월 만에 1010원대로
엔·위안화 모두 약세…한국 수출 '타격'
주요국 금리인하에도 韓銀은 '요지부동'
엔·위안화 모두 약세…한국 수출 '타격'
주요국 금리인하에도 韓銀은 '요지부동'
9일 원·달러 환율 1020원 선이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에도 힘없이 무너진 것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촉발한 환율전쟁 탓이다.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자국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거나 금리 인상 기조에서 한 발짝 물러서면서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금리인상 쪽에 무게를 두면서 환율 하락(원화값 상승)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톨이 된 한국 원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5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 국가)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0.15%로 낮추는 동시에 시중은행의 하루짜리 예금 금리를 연 0%에서 연 -0.10%로 인하했다.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전격적인 금리 인하 조치로 국제 금융시장에선 달러화 및 엔화 대비 유로화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
당장 일본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7일 요르단에서 열린 국제경제협회(IEA) 회의에 참석해 “(일본은행이 설정한) 물가상승률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초 예상한 2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며 “출구전략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못 박았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최근 수차례 “고용시장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해 상당 기간 제로(0) 금리 유지를 시사했다.
신흥국도 마찬가지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달 22일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연 9.5%로 깜짝 인하했다. 엿새 뒤 브라질은 1년 2개월간 지속해온 금리 인상 행진을 중단하고 기준금리를 전격 동결했다. 중국은 지난 3월17일부터 위안화 하루 변동폭을 ±1.0%에서 ±2.0%로 높이고 환투기를 견제해 달러당 위안화 가치를 단기간에 2% 가까이 끌어내렸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통화정책의 열쇠를 쥔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이주열 총재 취임 뒤 “기준금리 방향은 인상 쪽”이라며 일방적인 금리 인상 기대감을 키웠고 이는 원화 강세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1000원 선까지 밀리나
이번 환율전쟁은 과거 어느 때보다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수출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중·일 3국 통화 가운데 한국 원화만 유일하게 절상(환율 하락)됐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가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이달 5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4.4% 뛴 반면 이 기간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0.51% 하락했고 중국 위안화 가치는 1.99% 떨어졌다.
한·중·일 3국 통화 간 절상률을 봐도 한국이 절대 불리하다. 이 기간 100엔당 원화 환율은 1049원45전에서 995원12전으로 5.2%, 위안당 원화 환율은 174원22전에서 163원88전으로 5.93% 각각 하락했다.
게다가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도 쉽지 않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돼 시장의 무게중심이 ‘원화 강세’ 쪽으로 기운 데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시장 개입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선 당분간 원화 강세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에 1000원 선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세 자릿수 하락에 부담을 느낀 외환 당국이 시장에 적극 개입할 경우 1000원 선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유미/주용석/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5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 국가)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0.15%로 낮추는 동시에 시중은행의 하루짜리 예금 금리를 연 0%에서 연 -0.10%로 인하했다.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전격적인 금리 인하 조치로 국제 금융시장에선 달러화 및 엔화 대비 유로화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
당장 일본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7일 요르단에서 열린 국제경제협회(IEA) 회의에 참석해 “(일본은행이 설정한) 물가상승률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초 예상한 2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며 “출구전략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못 박았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최근 수차례 “고용시장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해 상당 기간 제로(0) 금리 유지를 시사했다.
신흥국도 마찬가지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달 22일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연 9.5%로 깜짝 인하했다. 엿새 뒤 브라질은 1년 2개월간 지속해온 금리 인상 행진을 중단하고 기준금리를 전격 동결했다. 중국은 지난 3월17일부터 위안화 하루 변동폭을 ±1.0%에서 ±2.0%로 높이고 환투기를 견제해 달러당 위안화 가치를 단기간에 2% 가까이 끌어내렸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통화정책의 열쇠를 쥔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이주열 총재 취임 뒤 “기준금리 방향은 인상 쪽”이라며 일방적인 금리 인상 기대감을 키웠고 이는 원화 강세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1000원 선까지 밀리나
이번 환율전쟁은 과거 어느 때보다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수출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중·일 3국 통화 가운데 한국 원화만 유일하게 절상(환율 하락)됐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가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이달 5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4.4% 뛴 반면 이 기간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0.51% 하락했고 중국 위안화 가치는 1.99% 떨어졌다.
한·중·일 3국 통화 간 절상률을 봐도 한국이 절대 불리하다. 이 기간 100엔당 원화 환율은 1049원45전에서 995원12전으로 5.2%, 위안당 원화 환율은 174원22전에서 163원88전으로 5.93% 각각 하락했다.
게다가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도 쉽지 않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돼 시장의 무게중심이 ‘원화 강세’ 쪽으로 기운 데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시장 개입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선 당분간 원화 강세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에 1000원 선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세 자릿수 하락에 부담을 느낀 외환 당국이 시장에 적극 개입할 경우 1000원 선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유미/주용석/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