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걷어내야 할 中企적합업종 울타리
올해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2011년 9월 실시된 지 3년째 되는 해다. 중기 적합업종은 이미 100여개 품목에서 지정된 상태이고, 동반성장위원회는 올해 또 정보기술(IT)서비스 등 서비스업 적합업종을 더 지정한다는 입장이다. 적합업종 재지정과 확대지정을 앞두고 벌써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주 열린 동반위 주최 공청회에서는 적합업종 제도와 재지정 제도 개선방안이 제시됐다. 중기 적합업종 제도는 경쟁제한, 산업경쟁력 동반하락 및 국제규범 위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구나 중기 적합업종이 어떤 근거 아래 선정됐는지 그 타당성과 논리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뼈아픈 지적과 함께 중소기업의 자구노력 평가 결과와 적합업종 지정의 성과, 대기업의 권고사항 이행 여부를 동시에 고려해 적합업종 재지정 기간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기 적합업종 제도는 사업영역 보호를 통해 취약한 중기의 경영성과 개선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도입된 것이다. 때문에 중소기업이 자구노력을 하고 경쟁력을 증대하는 것은 단순히 지정기간 차등화와 관련된 문제는 아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 여부가 적합업종 지정 및 재지정에 관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는 대기업의 진입제한을 통해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오히려 고유업종은 지정 기간에 사업 수·종사자 수·생산액·부가가치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합업종 제도도 역시 ‘대기업 진입·확장 자제에 따른 경영상 심리적 안정감(65.9%)’을 주는 효과는 크지만, ‘매출이나 영업이익 증가(9.1%)’를 가져오는 효과는 작다는 중소기업중앙회 설문결과도 있다. 이것은 적합업종 실시 이후 적합업종의 성장성·효율성·국제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최근 분석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따라서 향후 중기 적합업종 정책은 다음 몇 가지를 고려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첫째, 적합업종 지정기간은 원칙적으로는 3년이며, 성과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재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존 적합업종 단체가 재지정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규정에 적합업종 지정기간은 원칙적으로 권고일로부터 3년이다. 1회에 한해 3년간 재지정할 수 있으나, 적합업종 지정 3년 동안의 중소기업 자구노력 및 경쟁력 강화방안 이행실적을 반영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적합업종 지정기간 중 자구노력 및 경쟁력 회복 노력을 엄격하게 평가해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했거나 게을리한 중기 적합업종은 지정을 해제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개방·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중기 적합업종 정책 방향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행 적합업종 제도는 특정 업종에 대한 경쟁제한, 특정 경제주체에 대한 사전적인 진입규제, 특정 사업자에 대한 보호주의를 특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 무분별한 중기 사업영역 보호와 확대적용은 중견·대기업의 성장성을 약화시키는 반면 부실 중소기업의 구조조정과 퇴출을 더디게 해 약소기업과 좀비기업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기 적합업종 정책은 진입규제·경쟁제한 등 폐쇄적인 보호정책에서 탈피해 개방과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국제적인 정합성을 결여하고 통상마찰 가능성도 있는 적합업종 제도는 점진적으로 폐지돼야 한다. 미국은 소규모 사업자 육성과 재정적 지원 및 사회적·경제적 약자와 여성이 운영하는 소규모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중소기업의 재정 접근을 쉽게 하고 중소기업의 기술 향상과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EU에는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따로 구분해 보호하는 적합업종 제도는 없다. 세계적인 보편성을 현저히 결여하고 있고 또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지도 못하는 적합업종 제도의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병기 < 한국경제연구원 lbk@k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