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눈물
“고조할아버지께서 독립운동을 하다 집안이 풍비박산됐다. 조부모는 물론 부모님도 평생 깎을 손톱조차 없이 뼈 빠지게 일하며 자식을 굶기지 않으려 발버둥쳤던 기억밖에 없다.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자랑스러움보다 가난의 구차함이 지긋지긋할 뿐이다.”

현충일이던 지난 6일 본지가 ‘친일재산 낮잠…빈곤에 지친 독립유공자’ 기사를 보도한 뒤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단 댓글이다. 지난 주말 동안 이 기사에는 포털사이트 두 곳에서만 25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다시 식민지배를 당하면 누가 나라를 위해 싸우겠느냐”고 되묻거나 “전쟁 나면 싸우지 말고 외국으로 도망가야 한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국가가 등록·관리하는 독립유공자와 후손 10명 중 4명은 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 이하라고 하니 이런 우려가 있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보훈처는 이 사안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관련 법에 따르면 보훈처는 친일 재산 매각대금을 사용해 독립유공자와 후손을 지원해야 한다. 지난 6일자 기사에서 환수한 땅 매각이 잘 안 된다는 내용을 보도한 뒤 보훈처가 관련 기금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어 이를 추가 취재했다. 지난 토요일 장정교 대변인을 통해 보훈처에 어떻게 된 것인지를 물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답변을 듣기 어려웠다.

보훈처는 일요일 오전까지 답을 주기로 했지만 월요일 오후 늦게까지 아무 소식이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기자가 전화를 돌린 뒤에야 담당자와 겨우 연락이 닿았다. 담당자의 다른 일정과 겹쳐 통화는 짧게 끝났다. 대신 이날 오전 평소에 연락이 없던 기자의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사람은 기자에게 “보훈처 관련 후속 기사를 쓸 것인지”를 물어본 뒤 “쓰려면 담당 부서의 입장을 꼭 반영하라”고 당부했다. 기자가 보훈처에 문의한 내용이 뭔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해명을 제대로 하면 될 일이지 이런 식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훈처가 최근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고 있다.

체육대회나 청소를 하다가 다친 보훈처 직원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 구설에 오를 일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