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국회서 통과된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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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덫'에 갇힌 시장 - 공청회서 실효성 지적
산업부 "탄소 감축량 미미"
車 생산액만 1조 감소…고용도 1만명 이상 줄어
기재부도 완화안 내놔
산업부 "탄소 감축량 미미"
車 생산액만 1조 감소…고용도 1만명 이상 줄어
기재부도 완화안 내놔
“국회에서 이런 법안이 통과된 게 신기하다.”, “소비자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가 가져올 온실가스(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미미한 반면 과도한 부담금으로 자동차 산업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부는 원래 목표 감축량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관련 부처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내년 이 제도의 도입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자동차 구매자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공청회에서 기재부 용역을 받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환경부 용역을 받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산업부 용역을 받은 산업연구원은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시행에 따른 효과를 분석한 각자 주장을 발표했다.
두 기관의 중재역할을 맡은 조세연은 이날 새롭게 마련한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보조금과 부담금 모두 부과되지 않는 중립 구간에 속하는 자동차 아반떼, 쏘나타 등은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55.7%를 차지했다. 부담금 중 가장 낮은 수준인 75만원 구간(현대차 그랜저 2.4, 기아차 K7 2.4 등)과 보조금 중 가장 낮은 수준인 50만원 구간(기아차 모닝, 쉐보레 스파크 등)에 해당하는 차까지 합하면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84.8%에 달한다. 홍승현 조세연 재정지출분석센터장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따른다면 2020년까지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총 54만8000으로 감축 목표(160만)의 3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연은 아예 제도 시행 보류를 주장했다. 김경유 산업연 연구위원은 “애초 이 제도를 도입하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60만t 감축할 수 있다고 환경부가 주장했지만 감축 가능량은 27만7000t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제도는 자동차산업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게 산업연의 주장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력인 쌍용차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문제형 쌍용차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도입 시 당사 전 차종에 부담금이 부과돼 내수 판매량의 60% 이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영 악화로 인해 기업 생존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산업연은 2016년 자동차 산업의 전체 생산액이 1조845억원 감소하고, 고용 인원도 1만85명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환경연의 시나리오를 따른다면 2017년부터 쏘울, 쏘나타, K5, 쏘렌토 등 국산 주력 차종은 모두 부담금 대상이 되는 반면 2018년부터 푸조, BMW 320d, 벤츠 A200 등 인기 있는 수입차는 보조금 대상에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광규 환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환경연의 시나리오를 도입한다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은 약 160만t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환경차 수요 증가 효과로 자동차업계 생산액은 2020년까지 연평균 9200억원, 고용 인력 또한 연평균 8600명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장에서는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 게 신기하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법 도입 당시엔 게눈 감추듯 통과시켰지만 그전에 소비자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국회는 저탄소차 협력금제 도입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시행령 등을 만들지 않으면 개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저탄소차 협력금제도’가 가져올 온실가스(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미미한 반면 과도한 부담금으로 자동차 산업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부는 원래 목표 감축량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관련 부처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내년 이 제도의 도입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자동차 구매자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공청회에서 기재부 용역을 받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환경부 용역을 받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산업부 용역을 받은 산업연구원은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시행에 따른 효과를 분석한 각자 주장을 발표했다.
두 기관의 중재역할을 맡은 조세연은 이날 새롭게 마련한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보조금과 부담금 모두 부과되지 않는 중립 구간에 속하는 자동차 아반떼, 쏘나타 등은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55.7%를 차지했다. 부담금 중 가장 낮은 수준인 75만원 구간(현대차 그랜저 2.4, 기아차 K7 2.4 등)과 보조금 중 가장 낮은 수준인 50만원 구간(기아차 모닝, 쉐보레 스파크 등)에 해당하는 차까지 합하면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84.8%에 달한다. 홍승현 조세연 재정지출분석센터장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따른다면 2020년까지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총 54만8000으로 감축 목표(160만)의 3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연은 아예 제도 시행 보류를 주장했다. 김경유 산업연 연구위원은 “애초 이 제도를 도입하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60만t 감축할 수 있다고 환경부가 주장했지만 감축 가능량은 27만7000t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제도는 자동차산업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게 산업연의 주장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력인 쌍용차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문제형 쌍용차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도입 시 당사 전 차종에 부담금이 부과돼 내수 판매량의 60% 이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영 악화로 인해 기업 생존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산업연은 2016년 자동차 산업의 전체 생산액이 1조845억원 감소하고, 고용 인원도 1만85명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환경연의 시나리오를 따른다면 2017년부터 쏘울, 쏘나타, K5, 쏘렌토 등 국산 주력 차종은 모두 부담금 대상이 되는 반면 2018년부터 푸조, BMW 320d, 벤츠 A200 등 인기 있는 수입차는 보조금 대상에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광규 환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환경연의 시나리오를 도입한다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은 약 160만t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환경차 수요 증가 효과로 자동차업계 생산액은 2020년까지 연평균 9200억원, 고용 인력 또한 연평균 8600명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장에서는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 게 신기하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법 도입 당시엔 게눈 감추듯 통과시켰지만 그전에 소비자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국회는 저탄소차 협력금제 도입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시행령 등을 만들지 않으면 개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