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인기 판도] 정기예금도 짧게 '끊어치기'…단기상품에 뭉칫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돈 굴릴곳 마땅찮아…1년 미만 정기예금 1년새 12조원 급증
'수익률 연 3.5%' 기대
RP·ABCP·ELS 등 슈퍼리치에게 인기몰이
물가연동채·공모주에도 투자자들 다시 눈 돌려
'수익률 연 3.5%' 기대
RP·ABCP·ELS 등 슈퍼리치에게 인기몰이
물가연동채·공모주에도 투자자들 다시 눈 돌려
올 상반기에도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재테크족’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똑 부러지는 재테크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공략할 틈새는 여전히 있었다. 바로 단기 금융 상품이었다. 재테크족들은 정기예금은 1년 이상 묶어둬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3개월 끊어치기’로 갈아탔다.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 호흡이 짧은 상품에 주로 돈을 넣기도 했다. 대부분 단기간에 승부를 보는 상품들이었다.
○정기예금도 ‘단기’가 대세
저금리 시대는 정기예금 패턴까지 바꿨다. 은행 정기예금조차 1년 미만으로 짧게 굴리고 있다. 마땅한 투자 대상이 없는 데다 조만간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아서다.
만기 1년인 은행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작년 10월 연 2.76%에서 올 3월엔 2.72%로 0.04%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6개월 미만 금리는 연 2.44%로 변동이 없었다. 금리 차이는 0.32%포인트에서 0.28%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런 영향으로 전체 정기예금에서 1년 미만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월 23.3%에서 올 3월에는 25.4%로 2.1%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1년(3월 말 기준) 동안 1년 미만 정기예금 증가액은 12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1년 이상 장기로 돈을 예치해 목돈을 불리는 성격을 가진 정기예금조차 단기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자 쇼핑’하듯 단기로 굴리는 게 ‘대세’이다 보니 만기가 3~6개월로 짧으면서 은행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상품을 연속적으로 갈아탄다고 해서 ‘풍차 돌리기’란 용어가 만들어질 정도다. 올 상반기 슈퍼리치들의 선호도가 높은 단기 상품의 특징은 ‘만기 3개월, 수익률 연 3.5%’ 정도로 요약된다. 이런 조건에 근접한 RP 및 ABCP, 신용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 주가연계증권(ELS), 위안화(RMB) 예금 등이 올 상반기 대표 히트상품으로 분류된다.
‘특판 RP’는 안전하면서도 고금리를 챙길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대우증권이 올 들어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매주 100억원 규모로 판매한 특판 RP는 매주 완판 행진 중이다. 다른 상품 가입을 조건으로 연 4% 안팎의 고금리를 제시한 덕분이다.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에 증권사 등이 보증을 선 ABCP도 인기 품목으로 부상했다. 국민은행이 지난 4월 200억원 한도로 내놓은 SK건설의 인천 용현동 개발사업 관련 ABCP(3개월 만기, 연 4.9%)는 출시 하루 만에 모두 팔렸다.
DLS도 올 들어 매월 2조원(상환액 뺀 순유입액 기준) 안팎으로 꾸준히 팔린다. 금, 은 등 원자재나 금리, 신용 등의 가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주가지수 변동 등에 수익이 연동되는 단기 상품인 사모 ELS는 은행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매일 100억원 안팎 팔려나갔다. 공상은행, 건설은행 등 중국 현지 은행의 예금에 투자하는 신탁 형태 상품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는 게 은행 PB들의 전언이다.
은행 등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고객이 지정한 방법에 따라 운용한 후 수익을 돌려주는 실적배당상품인 특정금전신탁도 대표 히트상품으로 우뚝 섰다.
○암보험 및 연금상품도 인기
올 상반기 보험업계를 휩쓴 상품은 암보험과 연금상품으로 요약된다. 갈수록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암을 대비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보험사들은 다양한 구조의 암보험을 선보였다. 암 진행 단계에 따라 보험금을 달리 주거나, 가족력이 있는 암만 집중해서 보장받을 수 있는 식이다. 연금상품 역시 은퇴 시점과 생애 주기 등을 고려해 연금 수령 시점과 금액을 달리 할 수 있는 맞춤형 상품이 주를 이뤘다.
신용카드와 관련해선 할인·캐시백 등의 혜택을 한곳에 집중시킨 상품이 큰 인기를 모았다. 상품을 단순화하고 혜택별로 체계화한 현대카드 챕터2, 삼성카드 숫자카드, KB국민카드 훈민정음, 우리카드 가나다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재테크는 선진국 중심의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5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앞으로도 저금리 장기 대출 프로그램(LTRO)을 시행하는 등 유로존 경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조성만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올 하반기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투자상품 확대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
저금리 시대는 정기예금 패턴까지 바꿨다. 은행 정기예금조차 1년 미만으로 짧게 굴리고 있다. 마땅한 투자 대상이 없는 데다 조만간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아서다.
만기 1년인 은행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작년 10월 연 2.76%에서 올 3월엔 2.72%로 0.04%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6개월 미만 금리는 연 2.44%로 변동이 없었다. 금리 차이는 0.32%포인트에서 0.28%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런 영향으로 전체 정기예금에서 1년 미만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월 23.3%에서 올 3월에는 25.4%로 2.1%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1년(3월 말 기준) 동안 1년 미만 정기예금 증가액은 12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1년 이상 장기로 돈을 예치해 목돈을 불리는 성격을 가진 정기예금조차 단기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자 쇼핑’하듯 단기로 굴리는 게 ‘대세’이다 보니 만기가 3~6개월로 짧으면서 은행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상품을 연속적으로 갈아탄다고 해서 ‘풍차 돌리기’란 용어가 만들어질 정도다. 올 상반기 슈퍼리치들의 선호도가 높은 단기 상품의 특징은 ‘만기 3개월, 수익률 연 3.5%’ 정도로 요약된다. 이런 조건에 근접한 RP 및 ABCP, 신용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 주가연계증권(ELS), 위안화(RMB) 예금 등이 올 상반기 대표 히트상품으로 분류된다.
‘특판 RP’는 안전하면서도 고금리를 챙길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대우증권이 올 들어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매주 100억원 규모로 판매한 특판 RP는 매주 완판 행진 중이다. 다른 상품 가입을 조건으로 연 4% 안팎의 고금리를 제시한 덕분이다.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에 증권사 등이 보증을 선 ABCP도 인기 품목으로 부상했다. 국민은행이 지난 4월 200억원 한도로 내놓은 SK건설의 인천 용현동 개발사업 관련 ABCP(3개월 만기, 연 4.9%)는 출시 하루 만에 모두 팔렸다.
DLS도 올 들어 매월 2조원(상환액 뺀 순유입액 기준) 안팎으로 꾸준히 팔린다. 금, 은 등 원자재나 금리, 신용 등의 가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주가지수 변동 등에 수익이 연동되는 단기 상품인 사모 ELS는 은행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매일 100억원 안팎 팔려나갔다. 공상은행, 건설은행 등 중국 현지 은행의 예금에 투자하는 신탁 형태 상품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는 게 은행 PB들의 전언이다.
은행 등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고객이 지정한 방법에 따라 운용한 후 수익을 돌려주는 실적배당상품인 특정금전신탁도 대표 히트상품으로 우뚝 섰다.
○암보험 및 연금상품도 인기
올 상반기 보험업계를 휩쓴 상품은 암보험과 연금상품으로 요약된다. 갈수록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암을 대비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보험사들은 다양한 구조의 암보험을 선보였다. 암 진행 단계에 따라 보험금을 달리 주거나, 가족력이 있는 암만 집중해서 보장받을 수 있는 식이다. 연금상품 역시 은퇴 시점과 생애 주기 등을 고려해 연금 수령 시점과 금액을 달리 할 수 있는 맞춤형 상품이 주를 이뤘다.
신용카드와 관련해선 할인·캐시백 등의 혜택을 한곳에 집중시킨 상품이 큰 인기를 모았다. 상품을 단순화하고 혜택별로 체계화한 현대카드 챕터2, 삼성카드 숫자카드, KB국민카드 훈민정음, 우리카드 가나다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재테크는 선진국 중심의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5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앞으로도 저금리 장기 대출 프로그램(LTRO)을 시행하는 등 유로존 경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조성만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올 하반기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투자상품 확대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