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뜬 상품 & 하반기 전략] 3개월짜리 예금·특금에 돈 몰려…하반기엔 절세상품·환율에 주목
상반기 시중은행에서 인기를 끌었던 금융상품의 특징은 두 가지다. 만기가 3개월 이내인 단기상품이거나 국내 외국계 은행 지점들의 고금리 상품이었다. 적절한 투자처가 나타났을 때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초단기 상품에 돈을 묻어두거나, 고금리는 아니지만 국내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다는 점에 만족하고 관련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절세와 환율 변동이 재테크의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3개월 이내 상품에 자산가들 몰려

상반기 시중은행권을 휩쓴 금융상품들은 3개월 이내 ‘초단기’ 상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한은행의 ‘민트예금’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이 상품의 잔액은 59조573억원으로 작년 말(50조5149억원)보다 9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에 대해 정기예금을 짧게 굴리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라고 설명했다. 민트예금의 최소 가입기간은 30일이다. 30일 이상 가입 땐 하루 단위로 최대 60개월까지 만기를 설정할 수 있다. 만기를 40일(연 1.5%)로 설정해도 수시입출금 등 요구불예금(연 0.1% 안팎)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민트예금에 3개월 단위로 돈을 맡기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금리에도 만족하지 못한 자산가들은 특정금전신탁으로 몰렸다. 특정금전신탁의 만기도 보통 3~6개월로 짧은 편이어서 투자기회를 틈틈이 엿보는 이들이 돈을 묻어두고 있다. 실제 3월 말 현재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79조8427억원으로 1년 전(70조7290억원)보다 9조1137억원 늘었다.
[은행 뜬 상품 & 하반기 전략] 3개월짜리 예금·특금에 돈 몰려…하반기엔 절세상품·환율에 주목
○중국계 외은지점 예금도 급증

중국·건설·공상·교통·농업은행 등 중국계 외은지점들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들 은행의 위안화·달러화 예금이 연 3%대의 금리를 주면서 돈이 몰렸다. 실제 5곳의 위안화 예금은 미국 달러화로 환산했을 때 2011년 말 8000만달러, 2012년 말 1억70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013년 말 66억7000만달러, 올 4월 말 99억1000만달러로 불어났다. 국내 증권사들이 위안화 예금을 바탕으로 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발행을 늘린 영향이 컸다. 위안화 예금 ABCP 상품 금리는 연 3.3~3.5% 수준으로 연 2%대에 불과한 국내 시중은행 수신금리보다 높아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이들 은행의 달러화예금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 금융당국이 위안화 예금의 급증 현상을 우려해 한동안 위안화예금을 금지시키자 이들 은행의 달러화예금이 대안으로 떠올라서다. 국내 증권사들은 중국계 외은지점의 달러화예금을 기초자산으로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다. 달러화예금 전단채의 금리는 연 3% 초반대로 연 2%대에 불과한 국내 시중은행 수신금리보다 높다.

이에 따라 중국계 외은지점들의 달러화예금은 2013년 말까지 25억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3월 말에는 50억달러까지 급증했다.

○‘절세’, 하반기 최대 이슈로

전문가들은 하반기엔 ‘절세’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부터는 고액 연봉자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각종 공제를 하고 난 과세표준 소득이 연 1억8000만원이면서 금융소득이 3000만원인 사람은 금융소득 1000만원에 대한 세율이 지난해 15.4%에서 올해 35%, 내년에는 38%로 높아진다.

슈퍼리치들은 금융소득이 특정 시기와 본인 명의로 몰리지 않도록 소득 발생 시기와 명의를 분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득 발생 시기를 분산하는 것은 한 사람이 올해 2500만원, 내년에 1500만원의 금융소득이 예상될 때 올해 생길 금융소득 중 일부를 내년에 받도록 하는 걸 의미한다.

자산가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을 찾지 않거나 기존의 금융상품을 중도 환매·해지하는 방법도 동원하고 있다. 소득 명의를 증여를 통해 분산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자녀나 배우자에게 상속할 돈이라면 미리 증여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는 것이다.

과세당국이 지난해 차명계좌에 대한 증여 추정 시기를 바꾼 점도 주목해야 한다. 기존 세법은 증여 발생 시점을 ‘차명 자산 명의자가 자금을 인출해 사용한 경우’로 한정했지만 개정 세법은 ‘차명 자산을 보유하는 시점’에 증여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로 인해 재형저축, 생계형저축, 물가연동국채, 브라질국채 등 비과세 상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형일 하나은행 PB본부장은 “자산가들이 장기채권, 선박펀드, 세금우대저축 등 분리과세 상품도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테크도 노려볼 만

금융권에서는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와 국내 경상수지 확대 등이 맞물려 환율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하반기엔 환테크에 나서는 투자자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전문가들은 달러를 한꺼번에 사들이기보다는 환율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지정해 놓고 이에 맞춰 조금씩 나눠 사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1020원대에서 계획한 투자금의 3분의 1을 넣고 1010원대에서 3분의 1을 넣는 식이다.

원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 외환은행 ‘더 와이드(The Wide) 외화적금’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 상품은 미국 달러뿐만 아니라 엔화, 유로화 등 8개 통화로 가입할 수 있다. 원화값이 강세를 보일 때 미리 가입해두면 추후 원화값이 하락할 때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국외송금 수수료와 외화현찰 수수료가 최대 100%까지 면제되는 것도 장점이다. 가입자가 희망하는 환율에 도달하면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통지를 받을 수 있다. 적금 만기 자금을 원화정기예금인 ‘YES큰기쁨예금’으로 재예치하면 환율우대도 해준다. 유학생 송금 지정거래를 신청하면 최대 0.3%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환율은 예측하기가 어렵고 변동성이 큰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투자 자산을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달러에 투자하는 것도 충분히 생각해볼 만하지만 총자산의 10~20% 내에서 투자하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