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급등열차 AK홀딩스…860억 대규모 유증 배경 알고보니
연일 52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던 AK홀딩스가 최근 이틀간 4.4% 뒷걸음질쳤다. 주가 하락은 86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AK홀딩스가 시가총액 10%에 달하는 증자를 단행키로 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860억 규모 유상증자 배경은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K홀딩스는 지난 3일 장 마감 후 857억6000만 원 규모의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160만주를 발행하며 신주 예정발행가액은 5만3600원이다. 신주배정기준일은 오는 7월8일로 1주당 0.1133195주씩 배정받는다. 신주 상장예정일은 9월2일이다.

AK홀딩스 주가는 최근 한 달간 33% 가량 급등했다. 주가 상승세를 탄 AK홀딩스가 주가 흐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애경그룹은 2012년 9월 애경유화 기업분할을 통해 AK홀딩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AK에스앤디와 애경유화, 애경화학, AK켐텍, AM플러스자산개발, 제주항공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자회사 차입금과 자회사간의 보유 주식 처분에 나선 것이다.

운영자금으로 제시한 777억6000만 원은 애경산업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AK홀딩스는 지난해 4월 애경산업을 인적분할한 후 투자사업 부문을 합병했다. 지난 달 애경산업 지분 30%를 추가 확보하면서 1000억 원 규모의 차입금 상환도 부담하게 됐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 부담을 상당 부분 털어낸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80억 원으로는 AK켐텍이 보유하고 있는 AK에스엔디 지분 2.66%을 매입한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는 다른 자회사의 지분을 가질 수 없다. AK켐텍이 갖고 있는 AK에스엔디 지분은 외부에 매각하거나 지주회사가 인수해야 하는데 자회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홀딩스가 인수키로 결정했다.

◆ 애경화학 상장 위해 DIC 보유지분 매입하나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번 유상증자 배경을 두고 "애경화학 상장을 위해 대일본잉크화학공업(DIC)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경화학은 애경그룹과 일본 화학업체 DIC의 50대50 합작법인이다. 최대주주는 DIC로 현재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대신증권과 상장 주관사 계약을 맺은 상태지만 DIC 측과의 합의가 지연되면서 상장 일정도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화학 상장을 추진하려는 AK홀딩스가 DIC 보유 지분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

AK홀딩스 관계자는 "DIC 측은 경영권 없는 애경화학 지분을 매각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분 매매 가격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면 애경화학 상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