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 사는 황모씨(51)는 지난주 거래 증권사에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수수료를 면제해줄 테니 손해 보고 있는 펀드 3종을 유망한 상품으로 갈아타라는 권유였다. 그는 “2년 넘게 손해만 보면서 지긋지긋했던 펀드를 다 교체할 생각을 하니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손실 난 펀드를 리모델링해주는 서비스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부진한 수익률에 대한 민원을 줄이면서 고객 충성도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비스 초기인 지금은 부유층 고객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일반 펀드 가입자로 대상을 넓혀나간다는 전략이다.
"손실 난 펀드 개보수 해드려요"
신한금융투자는 10일 손실 난 펀드만을 모아 재투자하는 방식의 ‘신한명품 오페라 펀드랩’을 출시했다. 손실 펀드 평가액이 총 5000만원 이상인 사람이 대상이다. 예컨대 수익률이 좋지 않은 금펀드나 브라질펀드를 환매하고, 증권사가 추천하는 유망한 가치주펀드 등으로 갈아타는 식이다. 펀드랩에 재투자할 때 발생하는 판매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이재신 랩운용부 부장은 “원금 회복을 기다리다 손실폭이 더 커지는 투자자가 많다”며 “손실 고객을 끝까지 관리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올초 ‘고객보호 심의회’를 구성, 수익률이 부진한 고객을 대상으로 원인을 집중 분석한 뒤 대안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달 전국 지점별로 정기 심의회를 열고 있다. 1차로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 원금을 잃은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 개보수’를 해줬다. 지금은 주식형펀드 및 브라질채권 투자자에게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조한용 상품전략 담당이사는 “분기마다 개별 고객 수익률을 체크한 뒤 본사가 정한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유망 상품을 다시 추천해주는 게 골자”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자산배분센터를 만들었다. 손실 난 펀드를 갖고 있는 고객 자산을 여기서 리모델링한다. 투자자를 △고수익형 △중수익형 △안정형으로 나눈 뒤 성향별 모델 포트폴리오(MP)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고수익 추구형으로 분류된 A투자자는 종전 펀드를 환매한 뒤 자산배분센터가 엄선한 ‘6월의 주식형펀드’ 13종 가운데 선택하면 된다.

하나대투증권은 별도의 ‘펀드 개보수팀’까지 꾸렸다. 증권과 상품개발, 세무, 부동산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대상은 3억원 이상 자산가. 손실액이 큰 사람을 우선 찾아다니며 신상품이나 새 종목을 찾아주고 있다. 작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360여명을 상담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금 손실을 보고 있는 고객들이 처음엔 냉담한 반응을 보이지만 차츰 마음의 문을 열면서 더 많은 자금을 맡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증권사들이 ‘원금 손실 고객’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AS에 나서는 것은 과거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시장이 포화되면서 증권사들이 기존 가입자로 눈을 돌려야 하는 업황이 개보수 서비스 경쟁을 낳는 또 다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길/안상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