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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세 의약품 도매업체 무더기 퇴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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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의약품 보관 창고 의무화' 규제 13년만에 부활

    진입 장벽 낮췄더니 자영업 수준 영세상 난립
    595개 업체 창고기준 미달

    온라인 직판매도 급성장…기존업체 엎친데 덮친 격
    지난달 국내 13위 의약품 도매업체인 송암약품이 자진 폐업에 들어갔다. 20년 역사의 송암약품은 2013년 매출 2100억원을 올렸으나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13억원과 40억원에 달하는 등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의약품 도매업계는 “상위 업체도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충격에 휩싸였다.

    ○영세 도매업체 난립

    영세 의약품 도매업체 무더기 퇴출 위기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는 2001년 667개사에서 2012년 1993개사로 급증했다. 정부가 ‘실 면적 기준 영업소 33.3㎡(10평), 창고 264㎡(80평) 이상의 의약품 보관창고’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규제를 2001년 해제하면서 도매업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도매업체를 통한 의약품 유통 비중은 45.1%에서 83.3%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의약품 도매시장은 연평균 17.6%씩 커져 2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문제는 영세업체들의 난립이었다. 1993개 의약품 도매업체 가운데 매출이 100억원을 넘는 125개사가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나머지 시장 25%를 1800여개사가 나눠먹는 구조다.

    100개 병상 이상을 둔 종합병원이 의무적으로 도매업체를 통해 의약품을 공급받도록 한 규제도 도매업체 난립을 부추겼다. 종합병원 한두 곳만 잡으면 의약품 도매업을 할 수 있게 돼 자영업 수준의 도매업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유통 일원화 제도’로 불린 이 규제는 1994년부터 시행됐다가 2011년 폐지됐다.

    ○정부, 창고 보유 의무 부활

    정부가 2001년 의약품 보관창고 규제를 폐지한 것은 ‘경쟁을 통한 대형 도매업체로의 재편’이 목적이었다. 예컨대 미국은 매케슨 등 상위 3개 의약품 도매업체가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보다 앞서 의약품 시장이 구조조정을 맞았던 일본은 1992년 약제비 인하정책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134개 도매업체가 연합해 5개 지주사 형태로 시장을 재편했다. 현재 메디팔, 알프레사, 스즈켄, 토호 등 4개 그룹이 일본 의약품 도매시장의 89%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규제 완화 이후 규모가 작은 도매업체들 간 인수합병이 활발해지기보다는 인맥관리에 치중하며 근근이 버티는 영업에 매달렸다. 정부의 약값 일괄인하 정책(2012년)이 맞물리면서 의약품 도매업체들의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 등이 최근 도매업체들에 유통마진 인하를 통보하는 등 유통마진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올초 매출 500억원 규모의 도매업체 서웅약품이 부도나고 송암약품이 사업을 정리하는 것도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온라인 의약품 도매업체 등장

    정부는 지난 4월 의약품 보관창고 의무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가 264㎡ 이상 보관창고 보유 의무 제도 부활을 앞두고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국 도매상 가운데 595개 업체가 기준에 미달했다. 285개 업체는 아예 자체 창고를 보유하지 않고 위탁보관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적지 않은 영세 도매업체들의 퇴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형우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최소 창고 기준은 규제 완화 차원에서 없앴으나 도매상이 난립해 3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올 4월 부활했다”며 “도매업체 간에도 영세업체 난립에 대한 불만이 높아 제도 도입에 큰 반발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약국들이 온라인 도매업체로부터 구매하는 것도 큰 변화다. 일부 제약사들은 자체 온라인 도매사이트를 강화해 직접 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한미약품 자회사인 온라인팜은 올해 5500억원의 도매 매출이 예상될 만큼 급성장해 기존 도매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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