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월드컵에 발목잡힌 세월호 國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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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진 정치부 기자 silver@hankyung.com
“월드컵은 새벽에 열려 국정조사 시간과 전혀 겹치지 않는데도 월드컵 기간은 안되고 보궐선거 기간에 하자는 게 맞나요?”(조원진 국조특위 여당 간사)
“조 의원님은 밤에만 월드컵 중계를 보고, 언론은 밤에만 중계합니까?”(김현미 국조특위 야당 간사)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여야 간사가 기관보고 일정을 놓고 지난 9일 이 같은 입씨름을 벌였다. 세월호 유가족의 국회 항의방문 등으로 간신히 합의한 국조특위가 이번엔 월드컵 때문에 삐걱거리고 있다.
김 의원은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한 기관보고는 월드컵이 열리는 6월을 피해 7월에 여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국정조사의 핵심인 기관보고를 월드컵 열기가 한창 달아오른 시기에 하겠다는 것은 국민 시선을 분산시켜 세월호 참사를 감추려는 시도란 게 야당 측 주장이다.
반면 조 의원은 “7월30일 재·보선 기간 내에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은 국정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며 6월 개최를 고집하고 있다.
월드컵 개막 후 한국 대표팀 경기가 중계되면 국민적 관심이 쏠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월드컵 때문에 세월호 사건이 묻힐 것이란 주장은 국민 의식 수준을 낮게 보는 처사란 게 여당 측 시각이다.
2002년을 포함해 세 차례 월드컵 열기를 감안할 때 야당의 우려가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세월호 국정조사는 월드컵과 서로 연계시켜 다룰 사안이 아니다. 더 철저한 준비와 조사로 월드컵에 쏠린 국민의 눈과 귀를 잡아끌겠다는 각오로 덤벼야 하는 게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상처받은 국민에 대한 국회의 의무다.
기관보고 일정의 합의가 없는 한 다른 어떤 것도 논의하지 않겠다는 여당의 태도도 마뜩잖기는 마찬가지다. 일정이 문제라면 예비조사 팀과 참여 전문가, 특위 내 소위원회 구성 등 다른 사안이라도 우선 야당과 협상하려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바뀌어야 한다’란 명제는 여야 할 것 없이 입만 열면 국민 앞에 되풀이하고 있는 약속이다. 월드컵 일정, 재·보선 일정을 놓고 소모적 정쟁을 일삼는 여야에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은정진 정치부 기자 silver@hankyung.com
“조 의원님은 밤에만 월드컵 중계를 보고, 언론은 밤에만 중계합니까?”(김현미 국조특위 야당 간사)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여야 간사가 기관보고 일정을 놓고 지난 9일 이 같은 입씨름을 벌였다. 세월호 유가족의 국회 항의방문 등으로 간신히 합의한 국조특위가 이번엔 월드컵 때문에 삐걱거리고 있다.
김 의원은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한 기관보고는 월드컵이 열리는 6월을 피해 7월에 여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국정조사의 핵심인 기관보고를 월드컵 열기가 한창 달아오른 시기에 하겠다는 것은 국민 시선을 분산시켜 세월호 참사를 감추려는 시도란 게 야당 측 주장이다.
반면 조 의원은 “7월30일 재·보선 기간 내에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은 국정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며 6월 개최를 고집하고 있다.
월드컵 개막 후 한국 대표팀 경기가 중계되면 국민적 관심이 쏠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월드컵 때문에 세월호 사건이 묻힐 것이란 주장은 국민 의식 수준을 낮게 보는 처사란 게 여당 측 시각이다.
2002년을 포함해 세 차례 월드컵 열기를 감안할 때 야당의 우려가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세월호 국정조사는 월드컵과 서로 연계시켜 다룰 사안이 아니다. 더 철저한 준비와 조사로 월드컵에 쏠린 국민의 눈과 귀를 잡아끌겠다는 각오로 덤벼야 하는 게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상처받은 국민에 대한 국회의 의무다.
기관보고 일정의 합의가 없는 한 다른 어떤 것도 논의하지 않겠다는 여당의 태도도 마뜩잖기는 마찬가지다. 일정이 문제라면 예비조사 팀과 참여 전문가, 특위 내 소위원회 구성 등 다른 사안이라도 우선 야당과 협상하려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바뀌어야 한다’란 명제는 여야 할 것 없이 입만 열면 국민 앞에 되풀이하고 있는 약속이다. 월드컵 일정, 재·보선 일정을 놓고 소모적 정쟁을 일삼는 여야에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은정진 정치부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