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풀리네 >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45)이 10일 미국 마이애미 선라이프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대표팀은 가나에 0-4로 대패했다. 연합뉴스
< 안풀리네 >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45)이 10일 미국 마이애미 선라이프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대표팀은 가나에 0-4로 대패했다. 연합뉴스
박주영은 보이지 않았다. 도무지 공이 돌지 않았다. 패스가 두세 차례 이어지는 장면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답답한 경기가 이어지자 롱패스에 의존하는 ‘뻥 축구’마저 나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사흘 앞둔 10일(한국시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선라이프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4로 대패했다. 지난달 28일 튀니지전에 이어 평가전 2연패다. 이날 선보인 전력으로는 당초 목표였던 8강이 아니라 16강도 불안하다는 평가다.

○역습에 흔들린 수비

홍 감독은 가나전을 앞두고 빠른 역습을 차단하는 수비를 전술의 핵심으로 강조했다. 월드컵 첫 상대 러시아(오늘 18일)의 강점인 역습과 강한 조직력을 뚫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날 가나의 역습에 맥없이 무너졌다. 전반 11분, 43분 모두 역습에 골을 내줬다.

가나의 공격수 조던 아예우(소쇼·3골)와 아사모아 기안(알 아인·1골)은 강한 압박과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국 수비를 농락했다. 허리진의 한국영(가시와 레이솔)과 기성용(스완지)의 지원도 부족했다.

본선에서 한국이 상대해야 할 로멜루 루카쿠(벨기에), 알렉산더 케르자코프(러시아) 등은 이들보다 한 단계 수준이 높은 공격수다. 수비라인을 집중 점검하지 않으면 4골 이상을 허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나는 후반 들어 설리 문타리(AC밀란), 케빈프린스 보아텡(샬케04) 등 주요 선수를 대거 교체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한국은 후반 곽태휘, 김창수 대신 홍정호와 이용을 투입해 수비진을 다잡았지만 후반 8분, 44분 연속골을 얻어맞고 고개를 떨궜다.

공격도 답답했다. 홍 감독은 경기에 앞서 “박주영(왓포드)의 경기 감각이 좋다”고 말했지만 박주영은 64분을 뛰는 동안 슛을 한 번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공중볼 경합에서 밀렸고 침투 후 공을 받는 모습도 만들지 못했다. 그나마 손흥민, 이청용(볼턴)의 콤비 플레이와 개인기만이 위협적이었다. 전반 40분 손흥민이 때린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온 장면이 골에 근접했던 유일한 장면이었다. 후반전에 투입됐던 김보경(카디프시티)과 이근호(상주)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날 패배는 홍명보호(號)가 출범한 이후 치른 총 16차례 A매치(5승3무8패)에서 최다실점 패배 타이다. 홍명보호는 지난 1월 미국 전지훈련에서 멕시코와 맞붙어 0-4 패배의 수모를 당했다. 대표팀은 16강에서 만날 수도 있는 가나를 상대로 월드컵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선수들 컨디션 회복이 숙제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직전 치른 평가전에서도 가나에 1-3으로 패했다. 하지만 남은 기간 전술을 가다듬어 1차전에서 토고를 2-1로 꺾으며 52년 만에 사상 첫 원정 승리를 챙겼다. 비록 패했지만 태극전사들은 불리한 상황에 놓였을 때 정신 무장을 더 단단히 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전례가 있다. 이번 평가전에서 맞은 뼈아픈 예방 주사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좋은 약이 되길 바라는 게 팬들의 심정이다.

홍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많은 부담감을 갖고 뛰었다”며 “몸이 경직돼 있었고 자기가 해온 것의 100%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청용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현재 60~7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반적으로 무거운 움직임을 보인 선수들의 컨디션과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것이 홍명보호의 숙제다.

대표팀은 11일 브라질에 입성해 포스 두 이구아수에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이어 18일 오전 7시 쿠이아바에서 러시아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남은 시간은 1주일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