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브라질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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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1962년 12월18일 브라질 이민단 107명이 부산항을 출발했다. 브라질은 당시 국제사회의 ‘떠오르는 별’이었다. 국토가 남미대륙의 절반에 가까운 데다 광활한 밀림과 농지를 개간하고 경제를 발전시킬 노동력이 필요했다. 반면 한국에선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바람에 일자리가 부족했다. 정부는 고심 끝에 농업이민을 추진했고, 브라질을 첫 이민 대상국으로 택했다.
이민선에 오른 사람들의 꿈은 원대했다. ‘이 좁은 땅덩이에서 서로 헐뜯고 우물 안 개구리로 복작대는 것보다 넓은 땅에서 마음껏 배우고 실력을 발휘하면서 우리 이름을 떨치고 제2의 한국을 브라질에 이룩할 수 있다는 희망이 결심의 동기였다’고 일기장에 썼다.
이들이 일본, 싱가포르, 인도양, 케이프타운, 대서양을 돌아 브라질 산투스 항에 도착한 것은 이듬해 2월12일이었다. 56일간의 뱃멀미를 견디게 해준 건 ‘아리랑’이었다. 이렇게 1966년까지 1300여명이 합류했다. 그러나 토양부터가 한국 농지와 너무도 달랐던 등의 이유로 영농이민은 실패로 끝나고 모두들 상파울루 변두리로 흩어졌다. 대신 이들은 의류 생산과 도소매 부문에서 실력을 발휘해 브라질 패션 산업의 60% 이상을 장악했다.
올해는 양국 수교 55주년이자 이민 51주년이다. 그 사이에 6만여명으로 불어난 한인들은 의사, 변호사, 판사, 교수, 기업인 등 분야별 ‘일류 코레아노(한국인)’로 성장했다. 지난해 카니발에서 가장 인기를 끈 것은 한국을 테마로 한 퍼레이드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수만명이 말춤을 추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브라질의 한류 열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엊그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펼쳐진 K팝 공연에는 1만5000여명이 운집했다. 샤이니, 엠블랙, 씨엔블루, 인피니트 등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팬들은 열광했고 눈물까지 흘렸다. 한류 커뮤니티 ‘사랑인가요’(sarangingayo.com.br)에는 하루 1만명씩 몰린다. 한식전문 K푸드숍도 생겼다. 한국 식품 수출은 2009년 533만달러에서 지난해 1600만달러로 급증했다. 상파울루주립대에 한국어과가 개설됐고 초ㆍ중학교 한국어 정규과목도 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5만명 이상의 한류팬들이 태극전사를 응원할 것이라고 한다. 3000여곳의 태권도 도장도 가세할 모양이다. 우리 콘텐츠와 접목한 한국 중소기업 제품까지 인기다. 51년 전 눈물로 뿌린 ‘아리랑’ 씨앗이 이렇게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새삼 가슴이 뜨겁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민선에 오른 사람들의 꿈은 원대했다. ‘이 좁은 땅덩이에서 서로 헐뜯고 우물 안 개구리로 복작대는 것보다 넓은 땅에서 마음껏 배우고 실력을 발휘하면서 우리 이름을 떨치고 제2의 한국을 브라질에 이룩할 수 있다는 희망이 결심의 동기였다’고 일기장에 썼다.
이들이 일본, 싱가포르, 인도양, 케이프타운, 대서양을 돌아 브라질 산투스 항에 도착한 것은 이듬해 2월12일이었다. 56일간의 뱃멀미를 견디게 해준 건 ‘아리랑’이었다. 이렇게 1966년까지 1300여명이 합류했다. 그러나 토양부터가 한국 농지와 너무도 달랐던 등의 이유로 영농이민은 실패로 끝나고 모두들 상파울루 변두리로 흩어졌다. 대신 이들은 의류 생산과 도소매 부문에서 실력을 발휘해 브라질 패션 산업의 60% 이상을 장악했다.
올해는 양국 수교 55주년이자 이민 51주년이다. 그 사이에 6만여명으로 불어난 한인들은 의사, 변호사, 판사, 교수, 기업인 등 분야별 ‘일류 코레아노(한국인)’로 성장했다. 지난해 카니발에서 가장 인기를 끈 것은 한국을 테마로 한 퍼레이드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수만명이 말춤을 추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브라질의 한류 열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엊그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펼쳐진 K팝 공연에는 1만5000여명이 운집했다. 샤이니, 엠블랙, 씨엔블루, 인피니트 등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팬들은 열광했고 눈물까지 흘렸다. 한류 커뮤니티 ‘사랑인가요’(sarangingayo.com.br)에는 하루 1만명씩 몰린다. 한식전문 K푸드숍도 생겼다. 한국 식품 수출은 2009년 533만달러에서 지난해 1600만달러로 급증했다. 상파울루주립대에 한국어과가 개설됐고 초ㆍ중학교 한국어 정규과목도 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5만명 이상의 한류팬들이 태극전사를 응원할 것이라고 한다. 3000여곳의 태권도 도장도 가세할 모양이다. 우리 콘텐츠와 접목한 한국 중소기업 제품까지 인기다. 51년 전 눈물로 뿌린 ‘아리랑’ 씨앗이 이렇게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새삼 가슴이 뜨겁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