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흑자전환 예정인 턴어라운드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적자를 내며 주가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 가능성에 따라 강한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용희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난 4년간 턴어라운드 기업의 주가 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15%가량을 웃돌았다”며 “지수가 조정을 보일 때도 실적에 따라 안정적인 상승흐름을 탈 수 있다”고 말했다.
턴어라운드株 느낌 오니까
대형주 중에서 올해 적자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종목은 삼성SDI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은 389억원으로 작년 한 해 동안의 영업손실(274억원)을 웃돌았다. 올해 전체로는 약 8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분기부터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들어가는 중대형 전지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움직임과 더불어 삼성SDI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황준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삼성에버랜드 등 삼성SDI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치는 10조원 규모”라며 “계열사 지분이 유동화되면 중장기 성장동력인 대형 2차전지 분야의 투자 재원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영업사원의 막말 파동에 휩싸였던 남양유업의 턴어라운드 시점도 시장의 관심사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75억원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 1분기도 103억원 규모로 적자를 이어갔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적자폭을 줄이며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성장동력인 커피사업에서도 신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아 내년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주로는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제조업체인 심텍과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을 생산하는 코오롱플라스틱이 2분기 흑자전환 전망 기업으로 눈길을 끈다. 심텍은 지난해 SK하이닉스의 화재사고로 인한 수주 감소 등으로 지난해(-334억원)에 이어 올 1분기(-71억원)도 영업손실을 봤다. 2분기부터는 모바일 관련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늘고 가동률 상승과 원가 경쟁력 향상도 뒤따르고 있어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코오롱플라스틱은 올 1분기 상장 후 처음으로 1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주가도 2011년 상장 이후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적자의 원인이었던 폴리옥시메틸렌(POM) 사업부문이 올 4월 흑자전환하면서 2분기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밖에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나노엔텍, 게임업체인 위메이드의 턴어라운드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주는 실적이 턴어라운드하기 6개월 전쯤 주가가 먼저 오르고 중소형주는 턴어라운드와 동시에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흑자전환 과정과 시점뿐 아니라 이후 개선폭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