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등반길의 이희성 인텔코리아사장(왼쪽)과 산악인 엄홍길 대장.
안나푸르나 등반길의 이희성 인텔코리아사장(왼쪽)과 산악인 엄홍길 대장.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52)은 지난 2일 네팔로 떠났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 등반을 안내하다 희생된 셰르파의 자녀들을 위한 학교 기공식을 열기 위해서다. 엄 대장은 히말라야 16좌 등정을 기념해 16개 학교를 지어주기로 약속했고, 인텔코리아는 11번째 학교 건립비를 기부했다. 이 사장은 “앞으로 16개 학교 모두에 중고 PC를 기증해 현지인들의 컴퓨터 교육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공식이 끝난 뒤 이 사장은 바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엄 대장과 함께 해발 8091m의 안나푸르나로 향했고 3200m 높이에 설치된 푼힐 전망대까지 올랐다.

히말라야 4개 봉우리를 볼 수 있는 절경으로 이름난 곳이지만, 이곳만 해도 산소가 희박해 일반인들은 쉽게 등반할 엄두를 못 낸다. 이 사장은 “엄 대장이 하루 9시간을 쉬지 않고 등반해 따라가다 쓰러지는 줄 알았다”면서도 “원래 도전하고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스포츠광인 이 사장의 힐링 비법은 뭐든지 도전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을 즐긴다. 평소 즐기는 운동은 테니스다. 그는 주말은 물론 퇴근 뒤 시간이 날 때마다 치는데 ‘동네클럽 에이스급 정도’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주변에선 ‘준 프로급’이라고 귀띔했다. 골프도 아마추어의 로망인 싱글 수준을 오르내린다.

이 사장의 도전은 운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차차차, 룸바, 자이브 등 춤 실력도 수준급이다. 2012년 외국계 최고경영자(CEO) 모임에서 재미삼아 배우기 시작해 “기왕 시작한 것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자”고 마음먹고 몇 개월간 프로 댄서에게 교습받았다. 덕분에 인텔코리아 직원들은 그해 크리스마스 파티 때 이 사장의 멋진 춤 실력을 감상할 수 있었다. 요즘엔 드럼 연주도 배우고 있다.

‘일은 언제 할까’ 싶지만, 사실 이 사장은 워커홀릭(일 중독자)에 가깝다. 인텔코리아 사장이 된 지 올해로 만 10년을 채웠을 만큼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사장실도 없이 일반 직원과 똑같은 책상에 앉아 일하고 시간 날 때마다 영업 현장을 뛰어다닌다.

이 사장의 수많은 도전은 그가 인텔이라는 기업에서 살아온 삶의 과정과 무관치 않다. 그는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국내 대기업에서 잠깐 근무하다 1991년 인텔에 입사했다. 인텔의 소통 방법은 국내 기업과는 완전히 달랐다. 사업 분야도 첨단 통신기기와 반도체 등 새로운 것 투성이었다.

이 사장은 “어렵다고 주눅 들지 말고 차라리 즐기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최신 분야일수록 더 열심히 공부하며 파고들었고, 때로는 미국이나 아시아 본사와의 의견 충돌로 거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시작하기 전엔 두렵고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잘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일단 도전하고 시간 날 때마다 연습하면 잘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