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테니스·댄스까지…"뭐든지 도전합니다"
사장 10년…여전한 '워커홀릭'
직원들과 같은책상 쓰며 근무
"최신분야 공부하며 파고들어"
기공식이 끝난 뒤 이 사장은 바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엄 대장과 함께 해발 8091m의 안나푸르나로 향했고 3200m 높이에 설치된 푼힐 전망대까지 올랐다.
히말라야 4개 봉우리를 볼 수 있는 절경으로 이름난 곳이지만, 이곳만 해도 산소가 희박해 일반인들은 쉽게 등반할 엄두를 못 낸다. 이 사장은 “엄 대장이 하루 9시간을 쉬지 않고 등반해 따라가다 쓰러지는 줄 알았다”면서도 “원래 도전하고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스포츠광인 이 사장의 힐링 비법은 뭐든지 도전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을 즐긴다. 평소 즐기는 운동은 테니스다. 그는 주말은 물론 퇴근 뒤 시간이 날 때마다 치는데 ‘동네클럽 에이스급 정도’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주변에선 ‘준 프로급’이라고 귀띔했다. 골프도 아마추어의 로망인 싱글 수준을 오르내린다.
이 사장의 도전은 운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차차차, 룸바, 자이브 등 춤 실력도 수준급이다. 2012년 외국계 최고경영자(CEO) 모임에서 재미삼아 배우기 시작해 “기왕 시작한 것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자”고 마음먹고 몇 개월간 프로 댄서에게 교습받았다. 덕분에 인텔코리아 직원들은 그해 크리스마스 파티 때 이 사장의 멋진 춤 실력을 감상할 수 있었다. 요즘엔 드럼 연주도 배우고 있다.
‘일은 언제 할까’ 싶지만, 사실 이 사장은 워커홀릭(일 중독자)에 가깝다. 인텔코리아 사장이 된 지 올해로 만 10년을 채웠을 만큼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사장실도 없이 일반 직원과 똑같은 책상에 앉아 일하고 시간 날 때마다 영업 현장을 뛰어다닌다.
이 사장의 수많은 도전은 그가 인텔이라는 기업에서 살아온 삶의 과정과 무관치 않다. 그는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국내 대기업에서 잠깐 근무하다 1991년 인텔에 입사했다. 인텔의 소통 방법은 국내 기업과는 완전히 달랐다. 사업 분야도 첨단 통신기기와 반도체 등 새로운 것 투성이었다.
이 사장은 “어렵다고 주눅 들지 말고 차라리 즐기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최신 분야일수록 더 열심히 공부하며 파고들었고, 때로는 미국이나 아시아 본사와의 의견 충돌로 거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시작하기 전엔 두렵고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잘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일단 도전하고 시간 날 때마다 연습하면 잘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