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사전통보를 바라보는 시각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징계 수위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금융계에서는 사건·사고의 당사자도 아닌 최고경영자(CEO)를 중징계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은 지난 10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을 불러 현안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일부 의원은 “나라를 뒤흔들었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CEO의 책임이 큰 데다, 세월호 사태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을 때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갈등을 벌인 문제는 심각하다”며 “사전통보된 것보다 더 엄정한 징계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특히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된 국민은행에 대한 기관제재 수위로 ‘경징계(기관 경고)’를 추진하는 건 너무 관대한 처분이라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처벌이 책임에 비해 과도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감원의 검사 과정에서 KB금융이 충분히 상황 설명을 했는데도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모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전산시스템 교체 관련 내홍을 징계 사유로 거론한 점이 무리수라는 시각도 있다. 자진신고한 당사자를 처벌하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금감원의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징계에서 금감원의 ‘군기 잡기’, ‘보신주의’, ‘관치’의 냄새가 난다는 얘기다. 임 회장이나 이 행장이 물러나게 될 경우 이후 ‘KB금융’을 노리는 세력들의 개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금감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체적인 제재 사유를 공개할 수 없지만, 중징계 통보에 대한 근거는 명확하다”며 “CEO들이 구두로 다 지시해 놓고 책임은 전결권자에게 지게 한다면 앞으로도 사건·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