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해삼값이 폭락했다는데
‘바다의 인삼’으로 불리는 해삼(海蔘). 약효가 인삼만큼 좋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해서(海鼠·바다쥐)로도 불린다. 일본명 역시 바다쥐란 뜻의 나마코다. 서양에서는 생김새 때문에 바다오이(sea cucumber)라고 한다.

종류는 푸른색을 띤 청해삼과 붉은 빛의 적해삼으로 크게 나뉜다. 맛 차이는 별로 없지만, 적갈색 해초류를 먹고 자란 적해삼을 윗길로 친다. 요즘은 양식도 많이 한다. 한국과 일본 관서지방에서 나는 것을 최상품, 호주·뉴질랜드의 양식 해삼을 중치, 수온이 높은 필리핀·인도네시아산을 하품으로 평가한다.

의학계에 따르면 해삼에는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 치아와 골격 형성, 성장 발육에 좋다. 해삼 연골의 콘드로이틴 성분은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기미, 주근깨를 없애준다. 예부터 혈액을 맑게 하고 정자 생성을 돕는 정력보강제로 알려졌다. 천식과 궤양성 대장암, 관절염 치료에 좋다는 보고도 있다.

해삼을 먹는 나라는 의외로 많지 않다. 한국·일본·중국·동남아와 지중해 연안의 몇몇 국가에서만 먹는다. 몰취미한(?) 나라들은 귀한 줄 모르고 사료나 비료로 쓴다. 우리는 주로 회나 볶음·찜, 일본은 내장으로 담근 젓갈 고노와타(海鼠腸), 중국은 탕과 볶음을 즐긴다.

중국에서는 해삼이 원숭이골, 상어지느러미와 함께 3대 진미로 꼽힌다. 13억 인구가 세계 해삼의 90% 이상을 소비한다. 해삼탕·해삼백숙·해삼알찌개 등 기본 요리만 20여가지다. 해삼과 인삼을 함께 넣은 양삼탕(兩蔘湯)도 인기다. 남삼여포(男蔘女鮑·남자에겐 해삼, 여자에겐 전복)의 식문화 덕분인지 거의 모든 남자들이 해삼을 좋아한다.

우리 정부가 2011년부터 해삼을 수산물 수출 10대 전략품목으로 선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중국인 양식 전문가를 비밀리에 채용하고, 성장 촉진효과가 좋은 배합사료도 개발했다. 그러나 해삼 생산량은 오히려 줄고 있다. 2006년 2936t을 정점으로 계속 떨어져 지난해에는 2153t에 그쳤다. 양식해삼은 10t밖에 안 된다.

이 와중에 국내 해삼값이 45%나 폭락했다. 중국이 ‘해삼 선물세트’ 등 사치품 접대를 금지하는 바람에 수출이 급감한 탓이다. 1차 가공한 해삼 값이 지난해 ㎏당 20만~24만원에서 최근 14만~15만원으로 떨어졌다. 어민들의 시름이 깊다. 이참에 해삼 소비 운동이라도 펼쳐야 할까 보다. 싸고 좋은 해삼을 중국만큼 다양하게 즐길 요리법까지 개발하면 더욱 좋겠고.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