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 600조원' 덩치 커진 생보사…저금리시대 역마진 공포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Cover Story - 푸르덴셜생명
생명보험 업황 전망
생명보험 업황 전망
생명보험업계 총자산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600조원을 넘어섰다. 2012년 4월에 500조원을 달성한 이후 23개월 만의 일이다. 1분기 순이익도 작년과 비교해 30%가량 늘어났다. 덩치도 커지고, 이익도 내고 있으니 ‘보릿고개’는 넘어선 셈이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를 그릴 상황은 아니다. 저금리 시대에 보험사들은 역마진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보험 자산을 굴려 돈을 벌어야 하는데 위험 자산에 투자하기 어려운 보험사 속성상 저금리는 저주에 가깝다. 결국 투자 수익에서 누가 ‘챔피언’이 되느냐가 보험사 생존경쟁의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을 100% 자회사로 두기로 하고, 부동산 투자 전문 운용사인 SRA자산운용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투자영업이익 1712억원 증가
올 1분기 25개 생명보험사(라이프플래닛 포함)의 총자산은 609조2011억원이었다. 2012년 4월에 500조원 고지에 올라선 이후 1년11개월 만에 600조원을 달성했다.
생보업계는 1999년에 총자산 100조원을 넘어선 뒤 2010년 11월에 40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38조원 규모의 농협생명이 편입되고 세제 개편 덕분에 즉시연금이 폭증하면서 17개월 만에 총자산이 100조원 이상 증가해 2012년 5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작년부터는 일시납 연금이 급감하면서 자산 증가속도가 둔화돼 600조원까지 오는 데 23개월 걸렸다.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생보업계는 거의 2년 주기로 자산이 100조원씩 늘어나는 추세다. 총자산 609조원 가운데서 삼성생명 등 대형 3사의 비중은 57.9%(352조원)다. 이 정도만 해도 과반을 넘는 수준이지만 500조원을 돌파했던 2012년 4월 당시 점유율(58.8%)에 비하면 떨어졌다.
각 사별로는 삼성생명이 194조원(31.9%)으로 200조원에 근접했으며 한화생명은 83조원(13.7%), 교보생명은 75조원(12.3%)이다. 여기에 농협생명 48조원(7.9%)을 합치면 400조원을 넘는다. 이들 상위 4개사의 점유율만 65.8%다.
이익도 늘어나는 추세다. 보험사들의 1분기 순이익은 1조5122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순이익 1조1867억원에 비해 3255억원(27.4%) 증가한 수치다. 생명보험사는 2158억원(29.8%) 증가한 9409억원, 손해보험사는 1097억원(23.8%) 증가한 57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나타냈다.
고무적인 부분은 생보사의 투자영업이익이 1712억원 늘었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에서 생보사가 0.10%포인트 오른 0.62%, 손보사가 0.16%포인트 오른 1.32%를 각각 나타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역시 생보사가 2.00%포인트 상승한 7.46%, 손보사가 2.36%포인트 오른 10.12%를 각각 기록했다. 손보사들보다는 생보사들의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생보사의 또 다른 장점은 절세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10년 이상 보험 가입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생보사만이 이 같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요즘 부자들의 최고 관심사는 절세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한도가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줄면서 절세 상품의 인기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마진’ 위기 대비 구조조정 확산
시장 규모가 커지고는 있지만 생보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명적인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중소 생보사들로까지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는 건 보험사들이 미래 업황을 암울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당장 손해가 나서 인력을 줄인다기보다는 현재 이익은 나고 있지만 장차 닥쳐 올 ‘태풍’에 미리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구조조정이라는 얘기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마진 공포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지금처럼 연 3% 안팎으로 유지될 경우 해마다 1000억~1500억원의 역마진이 예상된다. 시중금리가 하락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국고채 금리가 연 2%대 중반으로 내려앉으면 최소 10년 동안 연 2000억~3500억원의 역마진에 시달려야 한다.
보험용어로 ‘이차손’으로 불리는 역마진의 공포는 대부분의 생보사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위협이다. 예전 고금리 시절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고객에게 약속하고 판 보험이 많아서다.
생보업계의 보험료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405조9000억원이며 188조2000억원이 금리확정형 계약이다. 이 중 연 6% 이상 계약이 112조4000억원으로 60%에 달한다. 생보사들은 이 같은 고금리 확정형 보험을 1997년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경쟁적으로 팔았다. 당시 외환위기를 맞아 회사가 힘들어지자 과도한 경쟁으로 고금리를 제시한 게 지금 발목을 잡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생보사의 평균 역마진율은 연 0.7%로 집계됐다. 계약자들에게 보험금 환급 등으로 지급해야 할 이자는 연 5.2%인데 보험금에서 얻는 운용자산이익률은 연 4.5%에 그쳤다.
유승창 < KB투자증권 수석 연구원 sc.yoo@kbsec.co.kr >
하지만 장밋빛 미래를 그릴 상황은 아니다. 저금리 시대에 보험사들은 역마진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보험 자산을 굴려 돈을 벌어야 하는데 위험 자산에 투자하기 어려운 보험사 속성상 저금리는 저주에 가깝다. 결국 투자 수익에서 누가 ‘챔피언’이 되느냐가 보험사 생존경쟁의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을 100% 자회사로 두기로 하고, 부동산 투자 전문 운용사인 SRA자산운용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투자영업이익 1712억원 증가
올 1분기 25개 생명보험사(라이프플래닛 포함)의 총자산은 609조2011억원이었다. 2012년 4월에 500조원 고지에 올라선 이후 1년11개월 만에 600조원을 달성했다.
생보업계는 1999년에 총자산 100조원을 넘어선 뒤 2010년 11월에 40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38조원 규모의 농협생명이 편입되고 세제 개편 덕분에 즉시연금이 폭증하면서 17개월 만에 총자산이 100조원 이상 증가해 2012년 5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작년부터는 일시납 연금이 급감하면서 자산 증가속도가 둔화돼 600조원까지 오는 데 23개월 걸렸다.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생보업계는 거의 2년 주기로 자산이 100조원씩 늘어나는 추세다. 총자산 609조원 가운데서 삼성생명 등 대형 3사의 비중은 57.9%(352조원)다. 이 정도만 해도 과반을 넘는 수준이지만 500조원을 돌파했던 2012년 4월 당시 점유율(58.8%)에 비하면 떨어졌다.
각 사별로는 삼성생명이 194조원(31.9%)으로 200조원에 근접했으며 한화생명은 83조원(13.7%), 교보생명은 75조원(12.3%)이다. 여기에 농협생명 48조원(7.9%)을 합치면 400조원을 넘는다. 이들 상위 4개사의 점유율만 65.8%다.
이익도 늘어나는 추세다. 보험사들의 1분기 순이익은 1조5122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순이익 1조1867억원에 비해 3255억원(27.4%) 증가한 수치다. 생명보험사는 2158억원(29.8%) 증가한 9409억원, 손해보험사는 1097억원(23.8%) 증가한 57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나타냈다.
고무적인 부분은 생보사의 투자영업이익이 1712억원 늘었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에서 생보사가 0.10%포인트 오른 0.62%, 손보사가 0.16%포인트 오른 1.32%를 각각 나타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역시 생보사가 2.00%포인트 상승한 7.46%, 손보사가 2.36%포인트 오른 10.12%를 각각 기록했다. 손보사들보다는 생보사들의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생보사의 또 다른 장점은 절세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10년 이상 보험 가입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생보사만이 이 같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요즘 부자들의 최고 관심사는 절세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한도가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줄면서 절세 상품의 인기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마진’ 위기 대비 구조조정 확산
시장 규모가 커지고는 있지만 생보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명적인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중소 생보사들로까지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는 건 보험사들이 미래 업황을 암울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당장 손해가 나서 인력을 줄인다기보다는 현재 이익은 나고 있지만 장차 닥쳐 올 ‘태풍’에 미리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구조조정이라는 얘기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마진 공포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지금처럼 연 3% 안팎으로 유지될 경우 해마다 1000억~1500억원의 역마진이 예상된다. 시중금리가 하락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국고채 금리가 연 2%대 중반으로 내려앉으면 최소 10년 동안 연 2000억~3500억원의 역마진에 시달려야 한다.
보험용어로 ‘이차손’으로 불리는 역마진의 공포는 대부분의 생보사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위협이다. 예전 고금리 시절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고객에게 약속하고 판 보험이 많아서다.
생보업계의 보험료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405조9000억원이며 188조2000억원이 금리확정형 계약이다. 이 중 연 6% 이상 계약이 112조4000억원으로 60%에 달한다. 생보사들은 이 같은 고금리 확정형 보험을 1997년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경쟁적으로 팔았다. 당시 외환위기를 맞아 회사가 힘들어지자 과도한 경쟁으로 고금리를 제시한 게 지금 발목을 잡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생보사의 평균 역마진율은 연 0.7%로 집계됐다. 계약자들에게 보험금 환급 등으로 지급해야 할 이자는 연 5.2%인데 보험금에서 얻는 운용자산이익률은 연 4.5%에 그쳤다.
유승창 < KB투자증권 수석 연구원 sc.yoo@kbse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