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개각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 '실무형'서 '실세형'으로…국회 대응·정책 장악 힘 실린다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안종범 경제수석을 양 날개로 하는 ‘실세형 팀’이다. 관료 출신인 현오석 부총리와 조원동 전 경제수석으로 꾸려진 ‘1기 실무형 팀’과 대비된다. 무게감이 더해지면서 다른 부처 장악력도 눈에 띄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기 경제팀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국회 대응력이나 정책 추진력이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정책 일관성에 무게중심

13일 발표된 경제팀 개각은 당초 예상과 달리 소폭에 그쳤다. 현 부총리 한 사람만 교체된 것. 이는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대폭 확대·강화하되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중 최대 역점정책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는 실무형 내각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청와대의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책 콘텐츠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1기팀의 문제로 지적됐던 정무적 판단이나 추진력을 보완해 경제 주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라며 “자동차로 비유하면 엔진만 바꾼 셈”이라고 말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최 후보자도 자신에게 부여된 이런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참사 등의 여파로) 지금 경제주체들이 굉장히 무기력해져 있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경제주체들이 희망을 갖고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경제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 경제팀 중심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나 규제개혁도 차질없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달라진 정책환경에서 최 후보자와 새로운 팀워크를 만들어 나가야 할 상황이다. 윤 장관은 “최 후보자와 호흡을 잘 맞춰 그동안 해오던 과제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올 하반기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여부 결정 등 중요한 통상 현안들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농식품부도 민감한 이슈인 쌀 관세화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규제완화 차원에서 기존 정책을 조금씩 미세 조정하고 있는 노 위원장도 “정부 전체의 정책기조를 받들어 공정거래 정책을 잘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실세 부총리’에 대한 우려도

기재부 내부에선 최 후보자의 기용을 반기는 기력이 역력하다.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경험한 실세 정치인인 만큼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조정 능력 또한 탁월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 국장은 “대통령 국회 언론 등을 두루 잘 아는 부총리가 오는 만큼 기재부가 확실한 사령탑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부동산 취득세 문제와 중산층 소득세 세제개편, 최근 임대소득 과세 문제까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잦은 혼선이 빚어졌던 일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실세형 경제팀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좋지만 자칫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으로 흐를 수 있고, 부처 간 힘의 균형이 깨질 경우 독단적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진형/김재후/김주완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