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재테크] '강남역 물폭탄' 막을 방법은
우리 선조들은 자연 현상 또한 음양(陰陽)의 기(氣)로 풀었다. 음양의 기운이 한쪽으로 치우쳐 우세해지면 바람이 일어난다. 하나로 합해 조화를 이루면 비가 돼 내린다. 내린 기운은 땅 속을 돌아다니다 지기(地氣)가 돼 생명을 키운다. 하늘 속 음양을 차고 더운 공기로 이해한다면 현재 기상학과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천기 속 음양이 지구 온난화로 극(極)으로 치닫는 데다 그 중심에는 물이 있다는 점이다.

음양이 서로 만나 처음 낳은 오행(五行)이 물이다. 중국 요·순 시절에 홍수가 하늘까지 넘쳐 백성들의 피해가 심각했다. 제방을 쌓아 물을 가두었던 곤()은 치수의 실패로 죽임을 당한다. 아버지 곤을 이은 우(禹)는 13년간 수로를 파낸 흙으로 산을 만들었다. 물길을 터주니 오랜 홍수는 끝났고 우는 하나라 왕조를 건국한다. 아래로 흘러 윤택하게 적시는 물의 성정을 잘 파악한 때문이다.

제3한강교(한남대교)를 건너 말죽거리까지 강남지역에는 큰 산이 없다. 그저 춤을 추듯 일렁이는 높낮이의 도로들로 옛 모습을 유추할 뿐이다. 테헤란로 선릉역에서 강남역 방향으로 차를 달리다 보면 역삼역 부근에서 액셀을 힘껏 밟아 고개 하나를 넘어야 한다. 이 후로는 강남역까지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역삼역에 비가 내리면 어디로 흐를까. 역삼역에서 가장 높은 능선을 중심으로 빗물의 운명은 갈라진다. 능선의 서쪽에 떨어지면 강남역 방향으로 동쪽은 선릉역 방향 하수관으로 흐른다.

역삼동 고개의 시작과 끝을 알면 ‘강남역 물폭탄’의 비밀이 밝혀진다. 풍수지리에는 ‘한 치만 높아도 산이다’란 구절이 있다. 물이 산을 넘을 수 없으니 경계를 지운다는 뜻이다. 산의 경계는 물 흐름의 범위이자 수량의 바로미터다.

강남구와 서초구를 진호하는 산은 와우적초안(臥牛積草案)의 우면산이다. 소가 풀을 뜯고 배불리 누워 있어 운동량은 적지만 옹골찬 토산(土山)이다. 우면산 지맥은 크게 두 갈래다. 소머리쪽 지맥은 서초구청과 싸리고개공원으로 이어지고, 역삼 2동을 거쳐 충현교회와 학동초등학교, 논현 2·1동을 두루 거쳐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로 들어온다. 소꼬리쪽 지맥은 효령대군 묘가 있는 안골산을 지나 서리풀공원을 거쳐 법조타운 뒤의 서리골공원·강남성모병원에서 끝을 맺는다.

지도에 두 지맥을 표시해 보자. 우면산을 중심으로 북서쪽이 뚫린 넓고 둥근 하나의 원이 그려진다. 역삼역 고개 역시 이 지맥을 지난다. 지맥은 곧 능선이다. 능선 안으로 쏟아져 내린 빗물은 가장 낮은 곳을 찾아 흐르고 그 곳이 바로 강남역 주위다. 모인 물은 흘러갈 곳을 찾지만 고밀도 개발의 복개천인 반포천만으로는 폭우에 역부족이다. 당연지사 강남역은 물천지가 된다.

서울에는 침수 취약지역이 34곳, 특별취약지역만 다섯 곳이다. 하루 유동인구가 20만명인 강남역을 수재에서 구할 방법은 하나라 우왕의 지혜를 빌리는 일이다. 수성(水性)을 막고 가둘수록 힘겨운 싸움으로 도시는 병든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자연의 법리를 현명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그곳에는 바람과 물의 학문이 있다.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