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드 몽블랑’은 몽블랑 산을 중심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한 바퀴 도는 250㎞의 길이다. 프랑스관광청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1406/AA.8770461.1.jpg)
각자가 화두를 갖고 걷는 길
파울로 코엘료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난 이후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순례자’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그가 길을 걸으며 겪은 여정을 기록한 것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https://img.hankyung.com/photo/201406/AA.8770474.1.jpg)
산티아고 순례길은 주로 유럽인이 많이 찾지만 아시아에서는 한국인이 제일이다. 지난해 한국인 순례자는 2770명으로 일본인의 세 배에 이른다. 일반 관광객 등을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제주 올레길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만큼 원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도 볼 수 있다.
순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정은 프랑스 남부의 생장 피드포르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을 넘는 807㎞의 프란세스 길이다. 전체 순례자의 약 70%가 이 코스를 걷는다. 원래 산티아고 순례길은 야고보가 걸었던 길을 가면서 깨달음을 얻으려는 종교적 목적에서 찾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순례자의 40%만이 종교적인 이유로 이곳을 찾고, 자연경관 감상, 심신단련, 사색 등을 위한 방문객이 전체의 55%에 달한다.
하루에 20~30㎞를 한 달 동안 걷는 것은 사실 가혹한 여정이다. 고생 끝에 종착지에 도착했을 때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걸어보지 않고선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투르 드 몽블랑
몽블랑 주위의 절경 속으로 떠나는 여행
‘투르 드 몽블랑’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한 바퀴 도는 250㎞의 길이다. 몽블랑을 중심에 놓고 주변 산을 일주하는 산악 도보 코스다. 완주하려면 하루 7~8시간씩 2주 가까이 걸어야 하는 여정이지만 산악인이라면 한번쯤 가기를 소망하는 꿈의 장소이기도 하다. 만년설산, 빙하, 거울 같이 맑은 호수, 산속 마을이 연출하는 풍광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데다 3개국을 도는 동안 각 지방의 역사나 문화도 체험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투르 드 몽블랑은 12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코스로 난도가 그리 높지 않고, 160개 정도의 다양한 길이 얽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과 일정 등을 고려해 계획을 짤 수 있다. 알프스의 신록이 펼쳐지는 7~8월이 성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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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지로 유명한 생장 피드포르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파리에서 바욘을 경유해 생장 피드포르까지 열차로 6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순례길을 걷는다고 모두가 순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출발 전 순례자 사무소 등에서 ‘크리덴시알’이라 불리는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 여권을 갖고 이용한 간이 숙소인 ‘알베르게’나 레스토랑, 바, 카페, 여행자 안내센터 등에서 도장을 받으면 종착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의 순례자 사무소에서 증명서를 준다. 몽블랑 산 기슭에 자리한 프랑스의 ‘샤모니 몽블랑’은 ‘투르 드 몽블랑’의 시작점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