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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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사진)가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는 시간을 통해 쏟아진 각종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임명동의안 제출에 발맞춰 논란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입장 발표는 인사청문회에서 최대 쟁점이 될 역사인식 논란에 관한 해명에 초점을 맞췄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11년 온누리교회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 “조선 민족의 상징은 게으른 것” 등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문 후보자는 “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제가 반민족적 사람이 되어버렸다.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면서 “제가 한 말, 제가 쓴 글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을 보면서 몹시 당혹스럽고 놀라웠다”고 입을 뗐다.

그는 “글을 썼던 사람으로서 이 점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면서도 “그러나 며칠을 혼란 속에 지내면서 이것은 결국 저의 진심을 여러분께 정확히 전달하지 못한 표현의 미숙함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문 후보자는 문제의 발언이 나온 온누리교회 강연 논란에 대해 ‘종교적 특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온누리교회 강연은 교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기독교인은 우리 삶의 모든 것에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믿음으로 사는 사람” 이라며 “하나님의 뜻이라는 표현도 일반적 역사인식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교인들과 함께 생각을 나눈 것이다. 식민지배와 분단이란 시련을 통해 우리 민족이 더 강해지는 기회가 됐다는 취지의 강의였다”고 설명했다.

민족성을 ‘게으르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선 자신의 얘기가 아니며, 강연의 전체 맥락을 보면 “나라가 잘 되기 위해선 위정자들이 똑바로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조선 민족이 게으르다는 것은 1894년 영국 왕립지리학회 회원 이사벨라 비숍 여사의 표현이었다” 며 “비숍 여사의 관찰에 따르면 당시 조선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것은 양반들의 수탈 때문이었고, 외국으로 이주한 조선인은 자신이 일한 만큼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어 열심히 일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리 민족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세계가 인정하는 부지런한 민족 아니냐. 우리 민족이 얼마나 부지런했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이라며 “나라는 무너지고 있는데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고 백성들 수탈에 열을 올렸던 당시의 위정자들 때문에 나라를 잃게 됐다는 지적을 한 것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문 후보자는 또 “일본에 대한 저의 역사인식은 여러분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고 전제한 뒤 “위안부 문제는 분명한 반인륜적 범죄행위다. 저 역시 세 딸을 둔 아버지로서 누구보다 참담하고 분하게 여기고 있다” 면서 “일본이 먼저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일본의 진실한 사과가 전제되지 않고 금전적 배상에 치우치는 것 같은 협의 결과에 대해 지적한 것이었지만 본의와 다르게 상처 받은 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며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는 “이 시점에서 저에게 쏟아지는 많은 의혹들에 대해 해명을 하지 않는다면 더 큰 오해와 불신 생길 것 같았다”며 입장 발표를 자청한 이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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