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뒤바꾼 드로그바·피를로…'老將의 마법' 월드컵 홀렸다
슈퍼스타들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노장들의 마지막 투혼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초반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드록신(神)’ 디디에 드로그바(36·코트디부아르·사진)와 ‘패스마스터’ 안드레아 피를로(35·이탈리아)가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드로그바 투입과 동시에 역전

15일(한국시간) 브라질 헤시피의 페르남부쿠 경기장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 일본의 월드컵 C조 예선 1차전. 경기 초반 ‘사무라이 블루’ 일본의 기세는 거셌다. 전반 16분 혼다 게이스케(28·AC밀란)가 강력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자 일본은 코트디부아르를 더욱 몰아붙였다.

하지만 한 명의 사나이가 그라운드에 들어오면서 흐름이 단숨에 바뀌었다. 드로그바였다. 드로그바는 후반 17분 교체 투입과 함께 일본 진영을 흔들었다. 일본 수비수들이 허둥대는 사이 후반 19분 윌프리드 보니(25·스완지 시티)가 헤딩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곧바로 후반 21분 제르비뉴(27·AS로마)가 역전골을 넣었다. 드로그바 투입 후 4분 만에 경기가 뒤집힌 것이다. 경기는 코트디부아르의 2-1 승리로 끝났다. 일본 ‘스포니치’는 “드로그바가 교체 투입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고 그에게 수비가 집중되면서 다른 선수들을 놓쳤다”고 보도했다.

코트디부아르의 황금 세대를 이끌고 마지막 월드컵에 나서는 드로그바는 ‘내전을 끝낸 축구영웅’으로도 유명하다. 드로그바는 코트디부아르가 내전 중이던 2006년 조국을 첫 월드컵 무대로 이끈 뒤 TV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1주일 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을 멈춥시다”라고 말했다. 그의 호소 후 1주일 동안 총성이 멈췄고 2년 뒤 내전은 끝났다. 이후 드로그바는 ‘검은 예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타구니 부상 때문에 이번 월드컵에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드로그바에 대한 코트디부아르 국민의 믿음은 굳건하다.

승부 뒤바꾼 드로그바·피를로…'老將의 마법' 월드컵 홀렸다
◆피를로 마법에 잉글랜드 속수무책

이탈리아도 브라질 마나우스의 아마조니아 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D조 예선 첫 경기에서 노장 피를로의 활약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전반 35분 피를로의 마법이 첫 골을 만들어냈다. 코너킥 찬스에서 피를로는 패스 받은 공을 차는 척하며 그대로 통과시켰고 뒤에서 기다리던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28·유벤투스)가 강력한 슈팅을 날렸다. 잉글랜드 골키퍼와 수비수들을 멍하게 만든 한방이었다.

잉글랜드는 이후 속도전을 내세우며 1골을 따라붙었지만 피를로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공수를 조율하며 잉글랜드의 전술에 말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환상적인 스루패스로 수차례 잉글랜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후반 5분 마리오 발로텔리(24·AC밀란)가 헤딩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피를로는 후반 추가 시간 환상적인 무회전 프리킥으로 골대를 맞추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피를로의 대활약을 앞세워 죽음의 D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한편 죽음의 D조 최약체로 꼽혔던 코스타리카는 2010 남아공 월드컵 4강에 올랐던 우루과이를 3-1로 꺾으며 16강 진출국을 안갯속으로 만들었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주포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를 기용할 수 없었던 우루과이는 효율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