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이 해피밀 세트를 사기 위해 16일 새벽 맥도날드 쌍문점에서 줄지어 서있다. 유지만 씨 제공
고객들이 해피밀 세트를 사기 위해 16일 새벽 맥도날드 쌍문점에서 줄지어 서있다. 유지만 씨 제공
16일 0시 무렵, 서울 창천동 맥도날드 연대점의 주문대에는 한밤중인데도 손님들이 수십 미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국맥도날드가 이때를 기해 판매를 시작한 ‘해피밀 슈퍼마리오 세트’를 사기 위해 몰려든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룬 것. 이종한 씨(26)는 “15일 밤 11시40분에 나왔는데 1시간 동안 기다려서야 겨우 살 수 있었다”고 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왕십리점엔 100여명이 줄을 섰다” “이수점에 1시간30분 동안 줄을 섰는데 결국 일부 제품은 구매하지 못했다”며 서울 지역 주요 상권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어난 ‘해피밀 대란’을 전하는 글이 계속 올라왔다.

장난감에 꽂혀…날밤 새우는 '키덜트族'
원래 해피밀은 맥도날드에서 어린이 고객을 겨냥해 판매하는 세트메뉴다. 프렌치프라이와 콜라 용량을 줄인 대신 장난감을 증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월 다른 장난감이 제공된다. 슈퍼마리오 세트는 지난 5월30일 1차 판매분 4종을 처음 출시해, 3일 만에 매진됐다. 2차 판매분 4종은 당초 23일부터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1차 판매분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됨에 따라 1주일 앞당겨 판매를 시작했다.

슈퍼마리오 세트가 ‘대박’을 낸 데는 어린아이들의 감수성을 지닌 어른을 뜻하는 20~40대 키덜트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날 해피밀 세트가 조기에 매진된 곳은 서울 시청, 여의도, 종로, 강남 등 사무실이 밀집돼 있는 지역들이다. 슈퍼마리오는 1984년 처음 출시된 닌텐도의 대표 게임이다. 1970~1980년대생들에게는 ‘추억의 게임’으로 통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치열한 경쟁사회에 내몰린 어른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던 어린 시절에 누렸던 문화로 회귀하는 현상”이라며 “슈퍼마리오는 2040세대의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파급력이 더 강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맥도날드도 해피밀 대란에 놀라는 분위기다. 맥도날드는 슈퍼마리오 세트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하고 평소 준비했던 물량보다 1.5배 많은 장난감을 준비했지만 판매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김규식 한국맥도날드 마케팅 이사는 “통상적으로 해피밀 장난감은 4~5주간 판매해야 물량이 소진된다”며 “하루 만에 판매가 종료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매장에서는 한 번에 100세트 이상을 주문하는 고객이 나타나면서 슈퍼마리오 장난감 판매를 목적으로 해피밀 세트를 사재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슈퍼마리오 피규어 8종은 이날 오전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 등에서 개당 7000~9000원 정도에 판매됐다. 버거와 프렌치프라이, 콜라 등을 포함한 해피밀 세트가 35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었다. 현재 중고나라 측이 되팔기를 제한하는 자체 규정에 따라 판매를 금지하면서 중고거래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한국맥도날드 측은 “단체주문 수요가 있기 때문에 대량 구매고객을 무조건 중고 판매업자로 볼 수 없다”며 “향후에도 구매 한도를 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