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네스토 카르도나 멕시코 과달라하라대 의대 교수가 세계고혈압학회에서 카나브의 멕시코 임상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보령제약 제공
에르네스토 카르도나 멕시코 과달라하라대 의대 교수가 세계고혈압학회에서 카나브의 멕시코 임상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보령제약 제공
지난 13일 그리스 아테네 메가론 국제콘퍼런스센터. 이날부터 4일간 열린 세계고혈압학회(ISH) 첫날 심포지엄에 보령제약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가 무대에 올랐다. ‘카나브의 효능 및 안전성 임상시험 결과’ 발표자로 나선 윤영원 연세대 의대 교수는 “한국 신약이 국제학회에서 공식 심포지엄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고혈압학회는 세계에서 1만여명의 전문의와 교수가 참가하는 ‘고혈압 올림픽’ 성격의 국제행사다. 그동안 내놓을 만한 신약이 없어 단순 참가에 그쳤던 국내 의료진과 제약업계에 올해 행사의 의미는 남달랐다. 김종진 대한고혈압학회 회장(강동경희대병원 교수)은 “국산 신약을 중심으로 주도적으로 참석하게 돼 국내 의사들도 자긍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국산 신약 단독 심포지엄 개최

이날 심포지엄은 고혈압치료제 가운데 가장 최근에 출시된 카나브의 효능과 안전성을 알리는 자리였다. 2010년 9월 ‘국내 15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연구개발과 임상, 설비 투자에 500억원을 들인 고혈압 치료제다.

학회를 찾은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은 “1950년대 후반 선진 제약시장 시찰을 위해 처음 방문했던 그리스를 50여년 만에 자체 신약을 들고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년간 멕시코 현지에서 임상을 진행한 에르네스토 카르도나 과달라하라대 의대 교수가 카나브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카르도나 교수는 “멕시코 현지 13개 의료기관을 통한 임상시험에서 카나브는 이완기 혈압과 수축기 협압에 모두 강력한 강하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보령제약은 2011년 멕시코 스텐달사와 30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이달 초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알렌 마세다 스텐달 마케팅총괄본부장은 “멕시코 허가가 에콰도르 등 인근 국가의 허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카나브의 판매 승인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 시장에도 도전

보령제약은 멕시코 러시아 중국 등 현재까지 16개국과 1억9000만달러 규모의 카나브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보령제약은 카나브를 국내외에서 연간 1000억원어치가 팔리는 ‘블록버스터’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번 국제고혈압학회가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뿐 아니라 멕시코 등 해외에서도 우수한 임상결과가 검증됐기 때문에 선진국 시장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테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