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4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석유생산량 증가가 이라크와 시리아의 정정 불안 등으로 출렁이는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지난 4월 하루평균 1127만배럴을 기록, 1970년대 평균인 1130만배럴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1970년대 후반부터 계속 감소 추세였지만 셰일에너지 개발에 힘입어 2005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은 현재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이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증가하는 동안 이라크와 시리아 등 주요 산유국의 생산량은 내전 위기 등 지정학적 위험으로 줄어들었다. 영국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매장량 고갈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브렌트유는 1999년 하루 생산량이 300만t에 달했지만 현재는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FT는 이라크 내전 위기로 브렌트유가 지난 한 주 동안 4%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생산량 증가가 유가 변동폭을 줄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분야 전문가인 필립 벌리거 캘거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석유생산량은 셰일유를 추출하는 수압파쇄법 발달로 2020년까지 하루평균 2000만배럴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주말 배럴당 106.91달러에 마감한 서부텍사스원유(WTI) 7월물은 16일 오전 현재 0.4%가량 추가 상승한 107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세계 5위 석유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가 내전 위기에 처하면서 세계 원유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유럽 등과 에너지 공급을 두고 줄다리기 중인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의 입지가 넓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가스 공급 가격을 내려주면 19억5000만달러(약 1조9880억원)의 체납 요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러시아는 밀린 돈을 내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끊어버리겠다고 압박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