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계열사 잇따라 지분 매입…삼성생명 '금융 중심' 굳히나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잇따라 인수,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시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16일 2.37% 오른 10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 내 금융계열사 지분 규합 과정의 수혜주로 꼽히고 있어서다.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장 마감 후 삼성물산 지분 4.79%를 삼성화재에 매각하는 동시에 삼성화재 자사주 4%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은 10.98%에서 14.98%로 늘게 됐다.

이번 지분 이동은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제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 자회사 편입 조건인 30% 지분 보유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의 자사주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엔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 6.29%를 매입했다. 올 4월엔 삼성카드가 보유 중인 삼성화재 지분 0.63%를 추가 취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금융계열사 간 지분 이동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자사주 비중 9.47%), 삼성증권(자사주 비중 2.5%) 등의 자사주를 추가로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 지분 14~18%도 삼성생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금융계열사 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지주회사 전환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간금융지주사 설립에 대한 섣부른 판단보다는 금융계열사로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커지는 시너지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