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나란히 웃을 수 없다.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이다.

16일(한국시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11경기가 끝난 가운데 이제까지 치러진 모든 경기에서 승부가 갈렸다.

1930년 월드컵이 시작한 이래 개막 후 11경기 연속 무승부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포츠 데이터업체 '인포스트라다 스포츠'(Infostrada Sports)에 따르면 이전 기록은 2회 월드컵인 1934년 이탈리아 대회 때 9경기였다.

당시 월드컵은 16개 팀이 단판 승부를 펼쳐 8강에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연장전까지 치르고 무승부가 나오면 재경기를 치렀다.

이탈리아 월드컵에선 1회전에서 모두 승부가 갈렸고 8강 첫 경기에서 오스트리아가 헝가리를 2-1로 물리치며 9경기 연속 '노(no)' 무승부 행진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어진 8강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1-1로 비기면서 기록이 9경기에서 중단됐다.

80년이 흘러 브라질 월드컵 9번째 경기인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위스가 에콰도르를 2-1로 물리치며 타이기록이 작성됐다.

후반 45분까지 양팀이 1-1로 맞서면서 신기록을 놓칠 조짐도 보였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하리스 세페로비치(레알 소시에다드)가 스위스에 결승 골을 안겨 기존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어진 경기에서 프랑스가 온두라스를 물리치며 신기록이 수립됐고 아르헨티나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제압하면서 기록은 11경기로 연장됐다.

무승부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이번 대회 다득점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일반적으로 전술이 약한 팀은 무승부를 목표로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한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선 약팀도 꼭 수비적으로 나서지 않을 뿐 아니라 강팀 역시 다양한 전술로 약팀의 수비 전략을 무위로 만든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인구인 브라주카의 구질이 골키퍼가 막기 힘들다는 점도 무승부가 없는 이유가 된다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예전 같으면 각팀이 비슷하게 4백을 쓰고 4-2-3-1 전술을 썼는데 이번에는 4백을 쓰면서 3백, 5백도 같이 쓰는 팀이 있고 4-3-3, 5-3-2 등을 쓰는 등 전술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약팀이라고 비기려고 내려앉아서 수비만 하려고 하지도 않고 강팀도 다양한 전술로 상대의 압박을 무력화하고 빈 공간을 찾아내는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브라주카는 속도가 빨라 골키퍼가 막기가 어렵다"며 "그렇다 보니 승부를 가를 수 있는 골이 자주 터진다"고 덧붙였다.

조별리그 11경기까지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당 3.36골이 나왔다.

이는 최근 앞선 5차례 월드컵 평균 득점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