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5세대 무선통신 협약을 체결한 것은 전략적 선수(先手)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인트 그룹을 만들어 새로운 대역의 무선 주파수 확보와 시스템 개발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2015년까지 5G가 세계 표준기술로 채택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차세대 통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리가 전통적으로 세계 통신표준을 주도해 온 유럽과 손을 잡는다는 건 그만큼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이 한·EU 간 5세대 협력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4세대보다 1000배 빠르다는 5세대 경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당장 우리만 해도 지난 1월 미래창조과학부가 5세대 통신에 향후 7년간 1조6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2018년 평창에서 열릴 동계올림픽에서 시범서비스를 선보이고, 2020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발빠르게 움직이기는 마찬가지다.

EU가 우리와 손을 잡은 것도 4세대에 뒤처진 상황을 일거에 만회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중국에서는 화웨이가 5세대와 관련해 2018년까지 6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일본은 5세대 통신에서는 반드시 한국을 제치겠다며 관련 업계에 총동원령을 내린 듯한 분위기다. 미국이 최근 망 중립성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실은 차세대 통신을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EU 간 공조는 양국의 통신 및 기기업체로서는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그러나 경쟁국도 그만큼 자극받을 게 뻔해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더구나 5세대 통신은 사물인터넷 등 미래성장동력의 핵심 인프라다. 그런 점에서 1조6000억원이라는 투자계획이 과연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느냐가 문제다. 정부 예산도 예산이지만 결국은 민간 투자를 어떻게 촉진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5세대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미리 제거하는 등 투자여건 조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