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서 교전해도 유가 120弗 안넘을 것"
이라크 반군세력(ISIS)이 공격을 시작한 지난 6일 이후 1주일간 4% 안팎의 급등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17일 진정세로 돌아섰다. 이날도 반군세력과 정부군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지만 서부텍사스원유(WTI) 7월물은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배럴당 106.72달러에 거래됐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도 상승세가 꺾이며 각각 109.22달러와 112.68달러로 내렸다.

전문가들은 내전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이번 사태가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2008년 이라크 시아ㆍ수니파 종파분쟁 당시처럼 유가가 140달러를 넘거나, 2011년 11월 리비아 내전 때와 같이 120달러에 육박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린치 전략에너지 경제연구소 소장은 “바그다드에서 시가전이 벌어질 정도로 전황이 급박해지더라도 유가는 120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라크 원유 매장량의 60%를 차지하는 대형 유전이 정부(시아파)가 장악하고 있는 남부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ISIS가 장악하고 있는 중앙지역에는 거의 없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또 원유 수출량의 90% 이상을 소화하는 남부 항구도시 바스라 역시 걸프만에 접해 있어 반군의 위협에서 벗어나 정상 가동 중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난달 원유생산량도 하루평균 2997만배럴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고, 최근 OPEC 회의에서도 하루 생산량을 3000만배럴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증산에 나서면서 심각한 공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자국의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해 이라크 정부를 지지하는 이란에 대해 내려진 원유수출 금지 조치를 풀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존 키더프 어게인캐피털 헤지펀드 매니저도 “이라크의 원유 공급 중단이 국제에너지 위기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바그다드가 반군세력에 떨어지는 등 전황이 급변할 경우다. 이라크는 지난해 기준 세계 원유생산량의 3.5%를 차지하는 세계 8위 국가다. 올 들어 하루 생산량을 550만배럴로 늘리며 최근 25년래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반군세력의 영향력이 남부지역으로 확대되고 주요 정유공장을 장악하면 수출길이 막히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라크의 원유수출국 5위(11%)인 한국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리포오일어소시어츠의 앤디 리포 대표는 “현재 이라크 상황을 감안하면 유가(WTI)가 11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원유 수출이 막히면 125달러로 치솟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심기/김순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