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입체적 음향·퍼포먼스에 객석 매료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가 세계 뮤지컬 산업에 가져온 혁신 중 하나는 ‘세계화’다. 이들은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나 볼 수 있던 대형 작품을 세계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게 한 주역이다. 효율적인 ‘투어’ 제작 시스템 확립과 철저한 관리 체계를 통해 품질에서 본고장의 ‘오리지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투어’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전 세계 뮤지컬 팬을 사로잡았다. ‘레 미제라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이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것은 작품 자체의 탁월함에 세계적인 흥행 성공이 더해진 결과다.

4대 뮤지컬 중 웨버와 매킨토시의 유일한 합작품인 ‘캣츠’는 ‘세계화’의 선두 주자다. 1981년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세계 30여개국, 300여개 도시에서 7300만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했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지난 13일 막이 오른 뮤지컬 ‘캣츠’(사진)는 1994년과 2003년, 2004년, 2008년에 이은 국내 다섯 번째 순회 공연이다. ‘캣츠’는 아직 수정판이 나오지 않았다. 대본과 음악은 물론 세부적인 무대 구성과 세트, 안무, 의상 등에서 이전 투어와 차이가 없다. 이런 공연의 성패는 공연장 환경과 배우들의 퍼포먼스에 달려 있다.

이번 ‘캣츠’는 여느 공연보다 청각적인 만족도가 매우 높다. 반주와 가창의 조화, 음향의 입체감, 강약 조절 등 ‘음향 설계’가 뛰어나다. 솔로와 듀엣, 일부 합창 부분에선 마이크 음량을 최소화한 자연스러운 소리가 객석에 잘 전달됐고, 세게 부르는 코러스와 강한 효과음이 나오는 부분에서도 ‘노이즈’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영국과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배우들로 구성된 출연진의 가창과 퍼포먼스도 거의 흠잡을 데 없지만 ‘캣츠’를 여러 번 본 관객이라면 일부 배역과 장면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공연의 백미인 2막 ‘메모리’에서 한 옥타브 차이로 부르는 실라밥과 그리자벨라의 이중창 부분이 매끄럽지 못했고, 그리자벨라의 감정적인 호소력도 다소 약했다.

전체적으로는 작품과 공연장의 ‘궁합’이 잘 맞는다. ‘명품 뮤지컬’인 ‘캣츠’의 진가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다. 공연은 오는 8월24일까지, 5만~14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