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화 급락·경상적자 '눈덩이'…아르헨티나 경제 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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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신용등급 2단계 강등…디폴트 가능성 시사
6월 상환이자만 2억2500만弗…9,12월에도 도래
환율 무너지자 인플레 악순환…'기초체력' 허약
6월 상환이자만 2억2500만弗…9,12월에도 도래
환율 무너지자 인플레 악순환…'기초체력' 허약
아르헨티나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가 신용등급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신용등급을 기존보다 두 단계 낮은 CCC-로 강등했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해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CCC- 등급은 S&P가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나라 중 최저 수준이다.
○다시 돌아온 해묵은 부채
미 대법원은 전날 아르헨티나 정부가 미국 헤지펀드를 상대로 낸 채무조정 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는 약 13억3000만달러(1조36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소식에 당일 아르헨티나 증시는 10.1% 급락했다. 17일 증시는 4% 반등했지만 3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판결 전 11.545%에서 15.833%로 치솟았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도 이틀간 수직상승했다. 올초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작으로 불거졌던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의 불안이 6개월 만에 다시 재연됐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1000억달러(약 102조원) 규모 부채에 대해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이후 93%의 채무에 대해서는 채무상각(헤어커트)에 합의했다. 지난달에는 국제 채권단 그룹인 ‘파리클럽’과 협의를 통해 남은 부채 역시 5~7년에 걸쳐 분할 상환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미국 헤지펀드들은 채무 상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들은 아르헨티나가 자신들이 보유한 채권을 전액 갚아야 한다며 소송을 진행했고, 미 대법원은 전날 헤지펀드 손을 들어줬다. 헤지펀드들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돈을 갚기 전까지 다른 채권자에게 상환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 13년 전 진 빚이 부메랑이 돼 아르헨티나의 돈줄을 막아버린 셈이다.
S&P는 “아르헨티나가 이달 말까지 채권자들에게 물어줘야 할 이자만 2억2500만달러(약 2300억원)”라며 “아르헨티나의 채무상환 능력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미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다른 채권자들도 같은 조건을 요구해 150억달러 규모의 채무를 추가적으로 갚아야 한다”며 “이는 현재 외환보유액의 절반이 넘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말 아르헨티나가 286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구조적 악순환에 빠진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을 아르헨티나 경제의 기초 체력이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의 주력 수출품은 석유 천연가스 농산물 등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자 원자재 수출이 줄었다. 이로 인해 아르헨티나는 2011년부터 매년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 2012년 흑자를 내긴 했지만 규모는 1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통상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해당국의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이로 인해 그 나라 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회복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런 경제법칙이 작동하지 않았다. 2011년 재선에 성공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환율 방어에 ‘올인’해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하는 아르헨티나에서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물가가 급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또 아르헨티나 정부의 노력에도 페소화의 가치는 꾸준히 내렸다. 페소화는 이날 달러당 8.127페소로 거래돼 올 들어 25% 이상 하락했다. 외환보유액도 바닥을 드러냈다. 환율이 무너지자 또 다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수입규제 완화 등의 근본적인 개혁이 없으면 위기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P도 “아르헨티나가 6개월 안에 디폴트하거나 채무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재조정에 차질이 있으면 채무중 일부를 갚지 못하는 단계인 ‘선택적 디폴트’ 등급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미 대법원은 전날 아르헨티나 정부가 미국 헤지펀드를 상대로 낸 채무조정 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는 약 13억3000만달러(1조36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소식에 당일 아르헨티나 증시는 10.1% 급락했다. 17일 증시는 4% 반등했지만 3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판결 전 11.545%에서 15.833%로 치솟았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도 이틀간 수직상승했다. 올초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작으로 불거졌던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의 불안이 6개월 만에 다시 재연됐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1000억달러(약 102조원) 규모 부채에 대해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이후 93%의 채무에 대해서는 채무상각(헤어커트)에 합의했다. 지난달에는 국제 채권단 그룹인 ‘파리클럽’과 협의를 통해 남은 부채 역시 5~7년에 걸쳐 분할 상환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미국 헤지펀드들은 채무 상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들은 아르헨티나가 자신들이 보유한 채권을 전액 갚아야 한다며 소송을 진행했고, 미 대법원은 전날 헤지펀드 손을 들어줬다. 헤지펀드들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돈을 갚기 전까지 다른 채권자에게 상환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 13년 전 진 빚이 부메랑이 돼 아르헨티나의 돈줄을 막아버린 셈이다.
S&P는 “아르헨티나가 이달 말까지 채권자들에게 물어줘야 할 이자만 2억2500만달러(약 2300억원)”라며 “아르헨티나의 채무상환 능력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미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다른 채권자들도 같은 조건을 요구해 150억달러 규모의 채무를 추가적으로 갚아야 한다”며 “이는 현재 외환보유액의 절반이 넘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말 아르헨티나가 286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구조적 악순환에 빠진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을 아르헨티나 경제의 기초 체력이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의 주력 수출품은 석유 천연가스 농산물 등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자 원자재 수출이 줄었다. 이로 인해 아르헨티나는 2011년부터 매년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 2012년 흑자를 내긴 했지만 규모는 1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통상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해당국의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이로 인해 그 나라 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회복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런 경제법칙이 작동하지 않았다. 2011년 재선에 성공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환율 방어에 ‘올인’해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하는 아르헨티나에서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물가가 급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또 아르헨티나 정부의 노력에도 페소화의 가치는 꾸준히 내렸다. 페소화는 이날 달러당 8.127페소로 거래돼 올 들어 25% 이상 하락했다. 외환보유액도 바닥을 드러냈다. 환율이 무너지자 또 다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수입규제 완화 등의 근본적인 개혁이 없으면 위기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P도 “아르헨티나가 6개월 안에 디폴트하거나 채무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재조정에 차질이 있으면 채무중 일부를 갚지 못하는 단계인 ‘선택적 디폴트’ 등급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