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자리가 사라진다] 구조조정에 역습당한 '엘리트 일자리'…실직자 80%가 3040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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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 감원 태풍
증시 침체·저금리 지속…감원 장기화 우려
경영난 건설·정유·해운에도 '칼바람' 몰아쳐
증시 침체·저금리 지속…감원 장기화 우려
경영난 건설·정유·해운에도 '칼바람' 몰아쳐
금융회사는 대기업과 함께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다. 안정적인 데다 복지 수준이 좋고 급여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금융회사의 일자리가 급속히 줄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뿐만 아니다. KT를 비롯해 건설 정유 해운업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도 앞다퉈 몸집을 줄이고 있어 고용의 질이 급속히 나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상근직, 30~40대 일자리 없어져
지난 5월 금융권 취업자 수는 84만4000명이다.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포함한 숫자다. 상근직뿐만 아니라 일용직도 포함됐다. 이 숫자가 지난 5월 한 달간 9000명 줄었다. 작년 5월에 비해선 2만9000명 감소했다.
문제는 상근직과 30~40대 젊은 층의 일자리 감소가 크다는 점이다. 금융업종에서 주당 36~44시간(하루 7.2~8.8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지난 5월 한 달간 2만명 줄었다. 금융업 취업자 수 감소폭(9000명)보다 많다. 하루 8시간 안팎 일한다는 것은 상근직이라는 걸 의미한다. 금융회사들이 이들을 대폭 줄이는 대신 시간제 근무자 등을 늘렸다고 볼 수 있다.
연령별로는 30~40대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금융회사들은 설명한다. 정부도 지난 1년 동안 줄어든 금융업종 취업자 2만9000명 중 80% 이상이 30~40대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 4월 실시한 인원감축 대상자 1000여명 중 대부분이 사원 ·대리급이었다. 한국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구조조정 대상이 영업점의 젊은 인력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증시침체 여파로 증권사들은 사원급 인력도 구조조정 대상에 대거 포함했다. 지난 4월 말 현재 61개 증권사에 몸 담고 있는 직원은 3만9079명. 2012년 말(4만2802명)보다 3723명 줄었다. 이 중엔 사원이나 대리급도 포함돼 있다. ○건설 정유 등 대기업도 ‘고용한파’
비단 금융업종만이 아니다. 경기침체가 ‘L자형’으로 장기화하면서 대기업들도 직원을 줄이는 추세다. KT는 지난 4월 8000여명을 명예퇴직 방식으로 내보냈다. KT 직원 수는 3만2000여명에서 2만4000여명으로 25%나 줄었다. KT는 명예퇴직을 통해 연간 7000억여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보게 됐지만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는 줄었다고 할 수 있다.
정제마진 축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정유업계도 구조조정에 내몰려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 임원 수를 59명에서 50명으로 15% 줄이고, 본부 조직을 7개에서 5개로 축소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임원의 약 30%를 보직 이동시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에쓰오일도 지난달 임원 조직을 일부 줄이고 영업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등 실적부진 장기화에 대비해 진용을 새로 짰다. 업황이 부진을 보이는 건설과 해운 조선업종 등도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불황 업종을 중심으로 알게 모르게 구조조정을 하는 대기업이 많다”며 “이는 곧바로 협력업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구조조정 바람이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금융업종의 경우 영업 방식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반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업황이 좋아진다고 해도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이러다 보니 아직은 구조조정 바람을 덜 타고 있는 은행들도 조만간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박신영/오상헌/박해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상근직, 30~40대 일자리 없어져
지난 5월 금융권 취업자 수는 84만4000명이다.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포함한 숫자다. 상근직뿐만 아니라 일용직도 포함됐다. 이 숫자가 지난 5월 한 달간 9000명 줄었다. 작년 5월에 비해선 2만9000명 감소했다.
문제는 상근직과 30~40대 젊은 층의 일자리 감소가 크다는 점이다. 금융업종에서 주당 36~44시간(하루 7.2~8.8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지난 5월 한 달간 2만명 줄었다. 금융업 취업자 수 감소폭(9000명)보다 많다. 하루 8시간 안팎 일한다는 것은 상근직이라는 걸 의미한다. 금융회사들이 이들을 대폭 줄이는 대신 시간제 근무자 등을 늘렸다고 볼 수 있다.
연령별로는 30~40대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금융회사들은 설명한다. 정부도 지난 1년 동안 줄어든 금융업종 취업자 2만9000명 중 80% 이상이 30~40대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 4월 실시한 인원감축 대상자 1000여명 중 대부분이 사원 ·대리급이었다. 한국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구조조정 대상이 영업점의 젊은 인력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증시침체 여파로 증권사들은 사원급 인력도 구조조정 대상에 대거 포함했다. 지난 4월 말 현재 61개 증권사에 몸 담고 있는 직원은 3만9079명. 2012년 말(4만2802명)보다 3723명 줄었다. 이 중엔 사원이나 대리급도 포함돼 있다. ○건설 정유 등 대기업도 ‘고용한파’
비단 금융업종만이 아니다. 경기침체가 ‘L자형’으로 장기화하면서 대기업들도 직원을 줄이는 추세다. KT는 지난 4월 8000여명을 명예퇴직 방식으로 내보냈다. KT 직원 수는 3만2000여명에서 2만4000여명으로 25%나 줄었다. KT는 명예퇴직을 통해 연간 7000억여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보게 됐지만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는 줄었다고 할 수 있다.
정제마진 축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정유업계도 구조조정에 내몰려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 임원 수를 59명에서 50명으로 15% 줄이고, 본부 조직을 7개에서 5개로 축소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임원의 약 30%를 보직 이동시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에쓰오일도 지난달 임원 조직을 일부 줄이고 영업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등 실적부진 장기화에 대비해 진용을 새로 짰다. 업황이 부진을 보이는 건설과 해운 조선업종 등도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불황 업종을 중심으로 알게 모르게 구조조정을 하는 대기업이 많다”며 “이는 곧바로 협력업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구조조정 바람이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금융업종의 경우 영업 방식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반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업황이 좋아진다고 해도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이러다 보니 아직은 구조조정 바람을 덜 타고 있는 은행들도 조만간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박신영/오상헌/박해영 기자 nyusos@hankyung.com